SK하이닉스 46조 투자, 최태원 사면 '숙제'였나…SK는 "무관"
김창근, 대통령 독대 때 투자계획 소개…20일뒤 사면 결정
檢 '사면거래' 의혹 집중 조사…崔회장 "원래 계획한 투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재개한 검찰이 2015년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SK 사이에 '사면거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8일 오후 최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 전·현직 최고위 임원 3명을 불러 최 회장 사면 당시 청와대 측과 조율이 오갔는지를 조사했다.
기존 검찰 조사와 공판 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종합하면 김 전 의장은 광복절 특사를 앞둔 2015년 7월 13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장은 안 전 수석에게 최 회장 사면을 위해 힘써달라고 부탁했고, 안 전 수석은 경제 살리기와 투자확대, 청년 실업문제 해결 등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대통령 면담 때 소개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 일 뒤인 24일 김 의장은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대신해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 SK하이닉스의 50조원 규모 투자계획안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SK텔레콤의 사회기여 방안이 담긴 소개자료를 가져갔다.
얼마 뒤인 8월 13일 최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했다.
당시 최 회장의 사면은 특별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사면을 4일 앞두고 김영태 전 SK 부회장(당시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교도소를 찾아가 최 회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은 그의 사면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에서 김 전 부회장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
'왕 회장'은 박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그 대가를 의미하는 은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사면을 놓고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최 회장 출소 직후인 8월 25일 경기도 이천 반도체공장 준공식을 열고 총 46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계획안을 발표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박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는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제시한 사면 조건을 SK 측이 이행한 게 아니냐는 게 검찰이 보는 구도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있었던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반도체공장 증설은 사면되기 이전부터 있던 계획"이라며 "새롭게 수립한 투자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사면에 따른 숙제가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것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과 관련, SK 측은 "2015년 당시 SK 경영진은 최태원 회장이 2년 7개월에 달하는 장기간 수형 생활로 그룹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경영 공백이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각계각층에 호소했고, 재계에서도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안 전 수석이 최 회장 사면 요청을 전달한 것은 경제수석으로서, 시중 여론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21일 박 전 대통령 소환 조사를 앞두고 SK 의혹과 관련한 새로운 단서를 포착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은 특검이 새로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 39권의 사본을 인계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SK 고위 임원 소환조사와 관련해 "추가로 확보된 증거자료 등을 확인하고자 불렀다"고 말했다.
대기업 수사와 관련해서는 "현재 언론 등에서 문제 제기가 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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