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위주 교육체제속 보충수업·잡무·야자 관리 '파김치'
충북 2014년 8월 이후 중등 명퇴 교사 36%가 국영수 교사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정년을 마치지 않고 명예퇴직하는 중등 교사 중 국어와 영어, 수학 등 '빅3' 과목 교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경우 중등 교사의 약 40%가 국·영·수 교사라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국·영·수 중심의 현행 입시 위주 교육체제에서 이들 과목 교사들의 강도 높은 근무 여건과 연결하는 시각도 있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7//AKR20170317172200064_01_i.jpg)
19일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14년 8월 말부터 지난 2월 말까지 도내에서 41개 과목 568명의 중등 교사가 명예퇴직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8월 말 212명, 2015년 2월 말 152명, 2015년 8월 말 58명, 작년 2월 말 55명, 작년 8월 말 27명, 지난 2월 말 64명이다.
과목별로는 국어가 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학(68명)과 영어(59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체육(40명), 가정(34명), 도덕·윤리(25명), 미술(23명), 진로진학상담(22명), 지리(21명), 화학(19명), 일반사회(18명), 상업정보(17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빅3' 과목으로 불리는 국영수를 묶으면 205명에 달해 전체 36.1%를 차지한다.
명예퇴직 사유는 복합적이어서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오랜 교직 생활에 심신이 지치거나 건강, 부모 봉양 등 각종 사유로 명예퇴직을 선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로 교단에 명예퇴직 열풍이 불었다.
일부 고참 교사들은 토의·토론 등 변화하는 수업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했을 수 있다.
도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아이들을 잘못 혼냈다가는 큰일 나는 요즘 세태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정년 이전에 교단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다만 국·영·수 교사는 다른 각도에서 명예퇴직의 원인을 살필 수 있다.
청주 A고의 과목별 주당 수업시수는 768시간이다. 이 가운데 국·영·수 수업시수는 389시간이다. 국·영·수 수업시수 비율이 50.7%이다. 국·영·수 교사들의 평균 수업시수는 17시간이다.
물론 보충수업은 뺀 것이어서 이 학교 국·영·수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는 30시간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던 한 장학사는 "정규 23시간, 보충수업 10시간 등 한 주에 33시간을 수업했다"고 전했다.
이 장학사는 "담임을 하면서 하루 6시간 정도 수업하고 잡무까지 처리하는 것은 초인적인 인내가 요구된다"며 "그나마 야간 자습을 하는 고교보다는 사정이 나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7//AKR20170317172200064_02_i.jpg)
30년 안팎의 반복된 격무에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체력적 한계를 느껴 명예퇴직의 길에 나선 국어·영어·수학 교사들이 다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실제 2014년 8월 말 이후 명예퇴직한 국·영·수 교사 205명 중 25.9% 53명은 '질병'을 명예퇴직 사유로 신청서에 적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국·영·수 선생님들의 수업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생활기록부 기재에 생활·입시지도까지 하느라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격무에 시달리는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