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20년 북핵협상 '실패' 규정…中통한 압박해법 예고
핵동결에 보상했던 과거 협상패턴 '결별' 시사
내일 방중 틸러슨, '세컨더리보이콧' 빼들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 초대 외교 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20년간의 대북 접근을 '실패'로 규정한 것은 북핵 해법의 무게중심을 '협상'이 아닌 '압박' 쪽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비핵화의 지점으로 데려가기 위한 과거 20년간의 외교 및 다른 노력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년간 실패한 접근을 했다. 그것은 미국이 북한이 다른 길을 가도록 독려하기 위해 13억5천만 달러(약 1조5천272억원)를 제공한 기간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틸러슨이 실패로 규정한 지난 20년은 제1, 2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북미기본합의(1994년)와 9·19 공동성명(2005년)에 따른 북핵 협상 프로세스가 진행된 기간을 의미한다.
특히 틸러슨이 언급한 13억5천만 달러는 북미기본합의와 9·19 공동성명 이행 과정에서 합의에 따라 북한에 제공한 중유 비용과 대북 협상의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제공한 인도적 식량지원 등을 망라하는 금액이다.
틸러슨의 발언은 북한의 핵시설 가동 중단을 포함한 초기 단계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대가로 북한에 지원을 하다가 중간에 합의가 틀어지면 북한은 다시 핵 개발로 질주하는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우선 급한대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실전배치를 막기 위한 핵동결 협상부터 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도 최근 틸러슨의 발언과 유사한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전화통화에서 "6자회담과 같은 기제가 오랫동안 의도한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제안한 6자회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 시절 다자협상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라고 중국에 '외주'를 줬던 것이 6자회담이라는 게 미국 조야의 평가다.
그런 6자회담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중국에 북핵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맡겼던 과거 정부의 해법에서 탈피해 중국을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트럼프가 주창하는 '힘을 통한 평화' 구상의 북핵 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밝힌 대로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포함 제3국 기업들을 무더기로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secondary boycott, 2차 제재) 등을 카드 삼아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틸러슨 장관이 18∼19일 방중 기간 이런 구상의 일단을 중국 측에 내비칠지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대(對)북한·이란 제재법을 위반한 혐의로 최근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ZTE에 한화 1조원 이상의 '벌금 폭탄'을 물린 바 있기에 틸러슨이 중국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을 추가 조치를 경고하며 대북 압박을 촉구할지 주목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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