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34% 확보해 거부권 유지…中자본 겨냥 '美·日연합'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메모리'의 반도체 기술은 일본의 안전보장에도 중요하니 중국계에 완전히 경영권을 넘기면 안 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경영권 방어책을 강구하자."
일본 재계와 정부 측에서 나돌던 도시바 기술·인력 유출 경계론이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계 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과 관민펀드 산업협력기구가 동원될 기류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도시바가 반도체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새 회사 도시바메모리에 일부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출자를 위한 새로운 펀드를 만드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에도 출자를 요구하도록 유관기관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런 공적자금 투입 움직임은 도시바메모리가 외국자본에 넘어간 뒤 우려되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공적자금을 포함해 일본 측이 보유하려는 지분 규모는 회사경영의 중요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4% 정도로 전해졌다.
따라서 외국자본이 도시바메모리를 단독, 혹은 연합해서 인수해도 최대 지분은 66% 이하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 액수를 1조5천억∼2조엔(약 20조원)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일본 측이 34%를 확보하려면 약 6천억엔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 외에도 도시바의 자금, 도시바 협력업체의 출자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도시바는 34%의 절반가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시바메모리는 29일 입찰 제안을 마감할 예정이며 도시바와 NAND형 플래시 메모리를 공동생산하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10개사 정도가 인수 의욕을 보이고 있다. 중국기업으로는 지난해 도시바의 백색가전부문을 사들인 메이디(美的)그룹이, 대만에선 폭스콘과 TSMC 등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대만과 중국 기업이 관심을 보이자 일부 일본 언론에는 "도시바의 첨단기술 유출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중국계(중국, 대만) 기업이나 자본의 입찰은 도시바가 거부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도 14일 "반도체는 국가의 안전 등도 관계되기 때문에 그 점까지 의식해서 매각 상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할부처인 경제산업성 간부 등이 "기술유출 관점에서 중국이나 대만 쪽에 대한 매각은 특별하게 경계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도시바 기술의 중국계로 유출을 꺼려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공적자본과 미국 기업이나 펀드 등이 연합해 도시바메모리 입찰에 참여하는 '미일 연합' 안도 부상 중"이라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공적자금 투입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이틀간 폭락했던 도시바 주가는 이날 오전 7% 안팎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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