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또 금리인상 마뜩잖아하는 트럼프 자극 자제
이례적으로 장기전망 보여줘…'트럼프 개입' 차단 사전포석?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연준과, 정부 재정 확대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는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옐런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 결정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정정책의 변화는 (경제) 전망을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옐런 의장은 "그러나 의회와 백악관이 세금과 지출, 규제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 혹은 그 변화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재정정책이 도입될 경우 경제 전망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재정정책을 앞세운 경기부양책인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옐런 의장의 발언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금리를 인상하면서 "현시점에서 완전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것에 비해서는 한층 조심스러워졌다는 평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뜩잖아하는 금리 인상을 애초 예상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이날 단행한 마당에 굳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준이 오바마 정권 연장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다고 비판하며 옐런 의장의 교체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공언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오히려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금리 인상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재정을 풀어 경제에 불을 붙이려 하면 옐런 의장이 금리를 올려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만난 것도 미연에 충돌을 예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잠깐 만났고, 므누신 장관과 두어 차례 회동했다"고 소개했다.
옐런 의장의 신중 모드는 연준의 주변 환경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연준 이사 7명 중 두 자리는 공석이며, 대니얼 타룰로 이사는 다음 달 15일 사임한다. 여기에 옐런 의장(2월)과 연준 '넘버2'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6월)의 임기도 내년 상반기에 종료된다.
연준 이사 임명은 대통령의 몫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가 되면 7명의 이사진 중 5명을 입맛에 맞는 인사로 채워 연준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연준이 이날 추가 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앞으로 3%대까지 꾸준히 금리를 인상할 방침이라는 장기 계획을 이례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내년 이후 트럼프 정부가 연준을 장악하면 '금리 정상화'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