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야후 해킹' 러 정보기관 요원 기소…"간첩활동에 활용"(종합2보)
미 법무부 "FSB 직원 2명·해커 2명 기소"…사이버 범죄 관련 러 관리 기소 처음
크렘린궁 "관련 정보 없다" 논평 거부…지난해 미 대선 개입 해킹과는 무관
(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이승우 유철종 특파원 = 미국 법무부는 15일(현지시간) 2014년 포털 야후의 대규모 해킹 사건 피의자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2명과 이들이 고용한 해커 2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가 사이버 범죄와 관련해 러시아 현직 정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국제적 파문이 예상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들은 해킹을 통해 얻은 자료를 간첩 활동과 경제적 이득을 얻는 데 사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피의자들은 러시아 및 미국 정부 관계자, 러시아 기자들, 투자정보 관련 기관 직원들의 이메일 계정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기소된 FSB 요원은 드미트리 도쿠차예프와 그의 상사인 이고리 수쉰으로 신원이 확인됐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해커는 지명수배 1순위 해커인 알렉세이 벨란과 카자흐스탄 출신의 캐나다 시민권자 카림 바라토프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바라토프의 경우 전날 캐나다에서 체포돼 현재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미국은 곧 그의 인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나머지 3명의 러시아인 피의자들의 인도도 러시아 당국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법 당국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해킹, 컴퓨터 범죄, 온라인 금융 사기, 기업비밀 절도, 경제 간첩 활동, 명의 도용, 모의 등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야후는 2013년 8월 10억 명 이상의 이용자 계정과 연관된 데이터가 정체불명의 제삼자에게 해킹당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출된 자료는 이용자 이름, 패스워드,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으로, 피해 규모는 사이버 공격 사상 최대였다.
야후는 이어 지난해 9월에도 2014년에 대규모 해킹사건이 발생해 5억 명의 이용자 계정이 피해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야후는 이들 두 차례 해킹 사건 모두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은 해커의 소행으로 추정해왔다.
미 법무부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훔친 야후 계정 자료를 야후 메일과 다른 서비스 업체의 메일에 접속해 국가 보안 정보와 상업 정보를 얻는 데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법무 장관 보좌관 대행 메리 매코드는 '피의자들이 자체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수도 있지 않은가'란 질문에 "이들은 FSB 직원으로서 활동했다"며 러시아 정보기관과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FSB 요원 도쿠차예프는 지난해 12월 미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에 비밀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러 수사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상사인 FSB 정보보안센터 과장 세르게이 미하일로프와 함께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렘린궁은 이번 사건과 관련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
야후는 이 같은 대규모 해킹사건으로 인해 미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인터넷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계획에 차질을 빚어왔다.
매각 불발설까지 나돌았지만 결국 양측은 인수 가격을 당초 합의했던 48억3천만 달러에서 약 3억5천만 달러 낮춘 가격에 합의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날 발표를 앞두고 야후 주가는 전날보다 0.8% 하락했다.
이번 사건은 그러나 지난해 미국 대선 기간 중 발생한 미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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