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금관은 왕관일까'…고대사의 38개 수수께끼를 풀다
신간 '한국 고대사 산책'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제강점기부터 이뤄진 발굴조사를 통해 경주의 무덤에서는 모두 5점의 신라 금관이 나왔다. 신라 예술의 정수로 평가받는 금관들은 피장자의 머리 쪽에서 수습됐다.
그런데 무덤에서 함께 발굴된 유물과 고분의 규모를 보면 피장자 중 일부는 왕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국보 제191호로 지정된 금관이 나온 황남대총 북분은 '부인대'(夫人帶)라는 글자가 새겨진 허리띠 끝장식이 함께 출토돼 피장자가 왕비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규모가 커서 왕릉으로 짐작되는 황남대총 남분에서는 금관이 아닌 금동관과 은관만 발견됐다는 것이다. 즉 왕이 모두 금관을 소유한 것은 아니고, 금관이 왕의 전유물도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신라 금관처럼 우리 고대사의 흥미로운 수수께끼 38개를 소개한 책이 나왔다. 역사비평사가 1994년 발간했던 '문답으로 엮은 한국 고대사 산책'의 개정판인 '한국 고대사 산책'이다.
개정판이라고는 하지만, 일부는 완전히 새롭게 쓰였다. 20여 년간 학계에서 진행된 연구와 발굴조사로 새로운 학설과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봉안기가 발견되면서 미륵사를 창건한 왕후는 백제 최고 관직인 좌평(佐平)의 딸로 확인됐는데, 이로 인해 무왕과 선화공주의 결혼 이야기는 허구일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판에는 이런 내용이 빠짐없이 담겼다.
그러면서도 '일반인을 위해 쉽게 쓴 역사 교양서'라는 기조는 유지했다. 고대사, 고고학, 미술사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강연하듯 이야기를 풀어냈다.
38가지 주제는 기록, 공간, 소속, 인물, 함정, 흔적으로 나뉜다. 그중에는 강단사학계와 재야사학계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고조선의 중심지와 영역, 백제의 요서 진출, '환단고기'의 실체 등도 있다.
이 책의 기획을 맡은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서문에서 "고대사의 영역에는 사실 자체를 판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편이다"라며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과거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464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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