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제 빗장' 풀린 수단 카르툼…"기대감 커지는 시장"
수단 최대 규모 가전시장엔 종일 인파·삼성·LG제품 등 즐비
올 1월 20년 만에 美경제제재 조건부로 풀려
(카르툼<수단>=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지난 14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아프리카 수단 수도 카르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알아랍 쑤크(아랍 시장)'.
뜨거운 땡볕 아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3도에 이를 정도로 무더웠지만 이 시장을 관통하는 '알호레이'(자유) 거리는 물건을 사고 팔려는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이 시장 한가운데서 만난 카르툼 시민 하페즈 유세프(27)는 "수단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이곳은 1년 내내 사람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전체 약 2km 길이의 이 거리에는 100여개의 가전제품 시장과 슈퍼마켓, 식료품점 등이 즐비해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삼성과 LG 로고와 함께 이 회사의 갤럭시폰, 세탁기 등의 제품을 소개하는 대형 광고판이 쉽게 목격됐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화웨이 등 국제 가전 회사들의 로고도 눈에 띄었다.
이 시장에서 가전제품 딜러로 일하는 사미아 아티에르(37)는 "이곳에서는 유명 가전제품 제조사의 물품을 비교적 쉽게 구경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소유한 삼성 갤럭시폰과 애플의 아이폰 2대를 자랑하듯 보여주기도 했다.
아티에르는 "일본에 이어 한국산 제품이 수단 가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어오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시장 중심을 가로지르는 2차선 도로에선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도요타, 미쓰비시 차량들이 많이 보였다. 옛날 대우차가 제조했던 승용차도 있었다.
밀려드는 차량에 교통 정체가 빚어질 때면 생수와 티슈, 차량 햇빛가리개를 팔려는 잡상인들이 어김없이 나타났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도로를 가로지르거나 거리에서 마시는 차를 파는 현지인의 모습도 이채로웠다.
수단에서는 지난 1월부로 미국 경제 제재가 조건부로 풀린 탓인지 기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수단의 경제 발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자신하는 이들도 있었다.
1997년부터 20년간 이어진 미국의 장기적 경제 제재에 따라 경제 규모와 역량이 저평가됐다가 마침내 전환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수단에서 6년 이상 취재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아이만 이브라힘은 "시장에선 즉각적으로 큰 변화가 눈에 띄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6개월 이후 미국의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단은 잠재적으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나라"라며 "자유로운 외화 거래가 이뤄지면 국제 기업들의 진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브라힘의 말대로 수단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 제재로 수단은 외국 은행과의 거래가 막혀 있어 달러 자금 거래는 물론 각종 교역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경제 성장에 주요 걸림돌이 된 것이다.
수단은 1993년 테러 단체 지원 의혹과 다르푸르 지역의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테러지원 국가로 지정돼 1997년 이후 미국의 무역 제재 대상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집권 기간인 지난 1월13일 수단 경제 제재 해제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조건부로 경제제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6개월의 관찰 기간을 거쳐 오는 7월12일 최종 경제제재 해제가 결정될 예정이다.
수단의 시장 잠재력은 큰 편이다.
인구는 4천만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사하라 이남 국가 중에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수입 시장 규모도 100억 달러에 이르고 지난해 80t의 금을 수출했다. 남아공 다음으로 아프리카 최대 금 수출국가로 평가 받는다.
깨와 땅콩, 해바라기, 보리, 밀 재배에 적합한 농경지 역시 5천만 헥타르에 이른다.
이와 관련, 수단 정부 관계자는 "누구라도 수단에 진출한다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의 투자를 촉구했다.
코트라 카르툼무역관이 올해초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기대 효과로서 "잠재·해외투자 유입 확대와 달러화 거래 자유화, 교역 활성화 등을 통해 경제 발전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다만, 수단에 대한 경제 제재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 외화 송금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은데다 수단 정부의 투명성이 낮고 신뢰할 만한 시장 정보가 부족한 점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또 정부의 열악한 재정, 중국의 공격적인 수단 진출, 아랍 자본의 장벽도 존재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점으로 꼽힌다.
수단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경제 제재 발표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특별한 개선효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과 투자가 등 사이에서는 오는 7월까지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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