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연설문 수석담당관 "선거는 감정 자극 아닌 영향력 결과"
"민주당, 트럼프 흠잡기보다 정책에 집중해야" 조언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총책을 지낸 정치 팟캐스트 진행자가 2016 선거 참패를 딛고 내년 선거 준비에 나선 민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2004년부터 약 10년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문 수석담당관으로 일한 존 패브로(35)가 지난 주말 시카고 교외도시에 있는 진보 성향의 기독교계 사학 엘름허스트대학 특강을 통해 2016선거에 대한 분석과 2018선거에서 민주당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패브로는 '트윗, 스피치, 스토리텔링 : 2016선거가 던진 메시지'라는 타이틀로 트럼프의 극적인 부상과 힐러리 클린턴이 부딪힌 난관, 미디어 효과, 대선 이후 미국의 국가적 분위기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일등공신으로 손꼽히는) 켈리엔 콘웨이(50)가 선거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콘웨이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기껍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그가 선거 종료 후 '유권자 감정을 자극한 데 대한 반응이 아니라, 유권자 마음을 움직인 결과'라고 한 말은 맞는 분석"이라고 말했다.
패브로는 민주당이 트럼프의 트윗이나 정제되지 않은 언행만 문제 삼고 있을 게 아니라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내년에 치러질 중간선거와 2020 대선에서 재기할 수 있다면서 "'정치인의 말'이 아닌, '어떤 정책들을 갖고 있고 그것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연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정계 진출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패브로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는 않겠다. 사람들에게 공직 출마를 늘 독려해왔고 특히 젊은이들이 선거에 나서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내게도 해당되는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패브로는 2004년 존 케리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당시 일리노이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맡은 오바마와 인연을 맺고 연설문 작성을 돕기 시작했다.
그는 2008 대선과 2012 재선 캠프의 연설문 작성팀을 이끌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명문들을 만들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을 작성한 때 패브로의 나이는 겨우 27세. 그는 최연소 대통령 취임 연설문을 작성자로 기록에 남았다.
패브로는 오바마 집권 2기 시작과 함께 연설문 총책 자리를 시카고 출신 코디 키넌(37)에게 넘기고 시나리오 작가 꿈을 좇아 할리우드로 향했다. 그는 지난 1월 백악관 동료 토미 비에토·존 러빗·댄 파이퍼 등과 함께 '크룩트 미디어'(Crooked Media)라는 매체를 설립하고 '포드 세이빙 아메리카'(Pod Saving America) 등 인기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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