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라라고 리조트는 스파이 천국"…취약한 보안 탓
트럼프 방문 잦자 해외 정보요원들 집결…보안 허술해 도청 위험 노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주 찾는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가 보안이 취약해 '스파이 천국'이 됐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이 고급 리조트의 보안절차가 백악관만큼 철저하지 않아 트럼프와 측근의 정보를 얻길 원하는 해외 정보기관 요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지난 1월 20일 취임 이후 4번이나 마라라고를 방문하자 리조트는 '겨울 백악관', '남부 백악관', '미국 정부의 파트타임 수도' 등의 별칭을 얻었다.
또 '마라라고에 가면 트럼프를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리조트엔 평소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고, 정치·자선행사도 자주 열린다.
이에 트럼프 측은 무장 요원과 군 수준의 레이더 장치, 폭탄 감지견 등을 배치했지만, 백악관 정도의 보안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또 백악관은 방문객의 이름과 생년월일, 사회보장번호, 거주도시 등을 확인하는 엄격한 배경조사를 거친 후에만 입장을 허용하는 데 마라라고는 사진이 담긴 아이디 카드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다.
입장 후에는 무기 소지 여부를 확인하는 미국 비밀경호국(SS)의 검색대만 몇 번 통과하면 트럼프가 거닐었던 장소들은 맘껏 활보할 수 있다.
이에 안보 전문가들은 마라라고가 스파이들이 트럼프나 측근들의 일상적 정보를 수집하는데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관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고위 관리들과 나누는 대화를 도청하기만 해도 유용한 정보로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마라라고 회원 500명의 명단이 언론에 공개되자 이들이 해외 정보기관들의 감시나 협박 대상이 되거나 트럼프에 접근하길 원하는 이들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마라라고 홈페이지에는 트럼프에 접근할 수 있는 총지배인과 객실책임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이 버젓이 공개돼 있다.
이에 존 맥러플린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은 "적대적인 해외 정보기관들은 이런 장소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길 열렬히 원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예측이 적중한 사례가 바로 지난달 마라라고에서 치러진 미·일 정상회담 만찬이다.
당시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와 만찬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해듣고 그 자리에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되자 일반인도 접근할 할 수 있는 장소에서 국가 안보 업무를 봤다는 지적과 함께 '보안 불감증' 우려가 나왔다.
폴리티코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조지 부시 대통령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나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 텍사스주의 크로포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대통령 소유의 개인 별장들로, 대통령이 초청한 사람들이 아니면 방문이 제한돼 마라라고와 같이 공개된 장소는 아니었다.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린클리 교수는 "어떤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호텔로 제공되는 곳에서 거주한 적은 없었다"며 "(이런 곳에) 많은 이들이 오가는 것은 안보 악몽과 같다"고 밝혔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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