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뮤지컬 온라인 생중계했더니…공연장 관객도 늘었네
온라인 실황중계 후 예매율도 급상승·댓글 나누며 보는 공연문화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연극을 온라인으로 중계한다고?"
최근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초연 창작 공연들이 온라인으로 전막 생중계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부터 우수작품의 창작부터 유통까지 지원하는 '공연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공연 중 6개 작품을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전막 실황중계했다.
창작산실 지원작들의 공연 기간이 대부분 2주 정도로 짧아 준비 기간과 노력에 비해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많은 관객에게 우수한 창작 공연을 알리기 위한 시도였다.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초연 창작 작품들을 알리고 지방에 있어 공연을 보기 힘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목적도 있었다.
첫 타자는 뮤지컬 '레드북'이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이 아니었는데도 1월12일 오후 8시 실황중계를 1만3천여명이 관람했다. 이후 '레드북'은 실시간 검색어 7위까지 올랐다.
실황중계 효과는 다음날 예매율로 나타났다. 티켓 판매사이트인 인터파크에서 뮤지컬 부문 인기 순위 2위에 올랐고 이후 마지막 공연 때까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인터넷에는 퇴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실황중계를 본 뒤 직접 배우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공연을 찾았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2월에는 연극 생중계가 시작됐다. 토론 형식의 연극인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일요일 낮 시간대 공연을 생중계했지만 역시 생중계 이후 전회 공연이 매진됐다.
마지막 실황 중계였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역시 연극으로는 동원하기 힘든 규모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이달 9일과 10일 이틀에 걸쳐 각각 3시간 30분씩(인터미션 포함) 1부와 2부로 나눠 중계했고 내용도 쉽지 않은 연극이었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큰 관심 속에 1부 공연 중계에는 2천여개, 2부 공연 중계 때는 1천700여개의 실시간 댓글이 달렸다. 1부 공연을 온라인으로 본 뒤 2부는 극장에서 보고 싶어 티켓을 예매했다는 관객도 있었다.
온라인 실황 중계를 본 관객들은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모니터로 공짜로 본 게 미안하다", "지방에 있어서 늘 아쉬웠는데 이런 관람 기회를 줘서 고맙다", "이런 종류의 연극도 있는 줄 몰랐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만족해했다.
온라인 실황 중계는 새로운 공연 관람 문화도 만들었다. 실시간 방송과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들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댓글로 활발하게 소통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보면서 이해가 어려운 장면이 나오면 서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기도 했다. 원작을 읽고 싶다는 댓글에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의 장단점을 소개해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관람객은 "집에서 혼자 봤는데도 여럿이 함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서 "관람이 더 즐거웠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위 관계자는 12일 "당초 온라인 실황중계 효과에 반신반의했던 연극 제작진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라면서 "내년에도 우수한 창작산실 작품을 실황중계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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