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계 딛고 철저히 준비한 이스라엘, 서울라운드 진짜 주인공
선수 선발은 한국보다 더 힘들어…야수 부족을 투수력으로 만회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스라엘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며 한국보다 더 큰 난관에 봉착했다.
유대계 메이저리거는 많았지만, 돌아온 답은 "WBC 출전이 어렵다"였다.
폴 골드슈미트(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족 피더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이언 킨슬러(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 케빈 필러(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불참 소식이 줄을 이었다.
대니 발렌시아(시애틀 매리너스)는 이스라엘에 야구 홍보를 하는 여행을 다녀오고도 고민 끝에 팀 스프링캠프를 택했다.
한국은 메이저리거가 불참하면 KBO리그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선수 선발을 더 고민해야 했다. 한 번도 이스라엘을 찾은 적이 없는 '미국 국적의 선수들'에게 WBC 참가를 요청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은 첫 번째 결단을 내렸다.
28명 중 야수를 12명만 뽑는 파격 엔트리였다. WBC 본선에 출전한 16개국 중 야수보다 투수를 많이 뽑은 팀은 이스라엘뿐이다.
야수 12명 중 2명은 포수다. 결국, 포수를 제외하고 선발 라인업에 든 8명을 대신해 대타나 대주자, 대수비로 나설 선수는 2명뿐이라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기형적인 구조다.
하지만 웨인스타인 감독은 수준급 야수를 뽑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투수진을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엔트리를 확정한 뒤에는 철저히 'WBC 룰'을 연구했다.
이스라엘은 WBC에 최적화된 전술을 구사했다. 개막하기 전 복병으로 분류했던 이스라엘은 3전 전승으로 A조 1위를 차지했다.
A조에서 가장 큰 프로야구리그를 갖춘 한국은 물론 현역 메이저리거 5명을 보유한 네덜란드도 제압했다.
'철저한 준비'가 만든 승리였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친분이 있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통해 한국 등 상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이 담긴 영상을 많이 구했다"고 밝혔다.
처음 맞선 한국, 대만, 네덜란드를 상대로 적극적인 수비 시프트(변형 수비)를 활용한 것도 대회 전 수집한 정보 덕이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한계'도 장점으로 바꿨다.
이스라엘은 1라운드에서 투수 15명을 활용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타자가 투수에 익숙해지지 않게 자주 투수 교체를 했고, 유연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선택하고 집중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웨인스타인 감독은 가장 믿을만한 투수 제이슨 마르키스를 6일 한국과 개막전에 선발로 내보낸 뒤 투구 수를 45개(3이닝 2피안타 무실점)로 끊었다.
WBC에서는 한 경기에서 50개 이상 공을 던진 투수는 4일을 쉬어야 한다.
마르키스를 9일 네덜란드전 선발을 활용하려는 웨인스타인 감독의 계책이었다.
마르키스는 네덜란드와 조 1,2위 결정전에도 선발 등판해 부담스러운 첫 회를 무실점(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전에서 공 49개로 3이닝(1피안타 무실점)을 소화한 조시 자이드도 당시 공 49개를 던진 덕에 네덜란드전에서도 마무리로 등판해 1⅔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팀 승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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