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조립하듯 염색체 제작…2년 내에 '100% 인공효모' 나온다
미국·영국·중국 등 국제연구진 '사이언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생명과학 기술의 발달로 생물의 전체 유전정보를 담은 유전체(게놈)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기존 유전체를 이런 합성 유전체로 치환한 생물을 '합성 생물'이라고 하는데, 약 성분 등으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도록 할 수 있어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지난 2010년 이런 방식으로 최초의 '합성 세균'이 탄생한 데 이어,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미생물인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에 대해서도 이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0일 제프 보에크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효모의 유전정보를 컴퓨터로 설계하고, 여기 따라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을 합성해 실험실에서 효모 염색체 5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염색체는 DNA를 돌돌 말아 압축해 놓은 구조로 돼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 7편으로 나뉘어 실렸다.
효모의 염색체를 합성하려는 연구 프로젝트는 지난 2007년 시작됐다. 미국·중국·프랑스·영국 등의 연구진 200여 명이 여기 참여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3월 효모의 3번 염색체를 최초로 합성했고, 3년 뒤인 현재는 2·5·6·10·12번 염색체를 추가로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염색체 합성을 위해 연구진은 우선 '바이오스튜디오'(BioStudio)라는 소프트웨어로 효모의 DNA 배열을 새로 설계했다. 생명현상을 유지하는데 불필요한 정보는 없애고, 유전체 합성을 용이하게 할 DNA 조각을 추가하는 과정이다.
이어 이들은 설계대로 염색체를 '제작'하고 '조립'했다. 이런 과정은 레고로 조형물을 만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작은 DNA 조각을 '블록'으로 삼고 이를 몇 개 연결해 '덩어리'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DNA 덩어리를 효모에 넣어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효모의 원래 염색체를 이루는 DNA가 외부에서 넣어준 합성 DNA로 조금씩 바뀌게 된다.
100% 합성 DNA로 이뤄진 염색체를 가진 인공 효모도 자연 효모처럼 증식하고 생명현상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연구진은 2년 내에 효모의 16개 염색체를 모두 합성해, '완전한 인공 효모'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분야 연구자인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연구진 중 중국 톈진(天津)대 등은 관련 과목을 개설해 학부 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 쓴 방법은 효모에 최적화돼 다른 진핵생물(핵이 있는 생물)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관련 연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평가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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