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갈등]③ 모두 수긍할 방안 찾아야…채취 제도 개선 필요
철저한 조사로 피해 최소화 시급…바닷모래 의존도 줄일 대안 마련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바닷모래를 둘러싼 갈등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국책사업에만 사용하겠다던 바닷모래를 민수용으로 바꾸고 계속 그 양을 늘렸다.
하지만 해양환경 훼손과 어업피해 관련 조사 등에는 손을 놓아 어민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2008년 남해 배타적 경제 수역 모래 채취가 본격화한 후 어민들이 계속해서 피해를 호소했지만,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정삼 어업자원연구실장은 "바닷모래 갈등은 정부의 이런 정책 때문에 골재업계가 이익을 누린 반면 어민들은 일방적으로 피해만 보는 민주적이지 못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당장 바닷모래 채취를 전면 중단하면 골재업계의 도산 등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만큼 어민들이 믿고 기다려 줄 만한 확실한 대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류의 주요 회유 경로에서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모래를 채취하는 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모래 채취로 망가진 해저지형은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깊게 파인 웅덩이에서는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어 항구적인 어업피해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물론 해양수산부도 모래 채취로 해양생태계와 어업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뒤늦게 수자원공사가 전남대에 맡겨 2015년에 내놓은 피해조사 보고서는 기초적인 조사는 하지 않은 채 바닷모래 채취가 어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놔 어민들의 불신과 반발만 키웠다.
해수부가 생태계 변화와 어업피해를 재조사하고 골재채취 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토부와 골재업계가 어업피해가 명확하지 않고, 육상 골재 부족 등을 이유로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정부가 기한을 정해 바닷모래 채취를 얼마나 줄여나가겠다는 명확한 방침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민들 주장처럼 바닷모래를 대체할 수단이 없지는 않다.
경기도 여주의 준설토 적치장에 있는 3천500만㎥를 비롯해 낙동강, 금강, 영산강 주변에 준설토 7천793만㎥가 쌓여 있다.
4대 강 사업 이후 지천과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 다시 쌓인 모래도 있다. 폐골재 등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산업계는 방치된 4대 강 준설 모래만 활용해도 바닷모래 채취를 2년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런 대체 골재는 바닷모래보다 운반비 등이 많이 들어 원가 상승, 건설경기 악화와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게 국토부와 골재업계의 주장이다.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을 근본적으로 풀려면 어민과 골재업계가 모두 수긍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국의 사례를 눈여겨 볼만하다. 골재에 세금을 매겨 해저지형 조사와 피해자 보상에 사용한다.
채취 허가를 받으려고 미리 환경영향평가서를 내면 과학자그룹에서 이전에 이뤄진 채취량까지 누적해 환경영향을 따진다. 어민 등 이해 관계자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
사전에 갈등 요소를 없애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국토부가 골재 수급계획을 세우고 해수부와 협의만 거친다. 어민들과 논의하거나 그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없다.
남해 EEZ에서 장기간 모래 채취가 이뤄졌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없어 해양생태계 파괴와 어업피해가 규명되지 않았다.
전체 해역을 대상으로 장기간 철저한 조사를 해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골재채취 허가와 어업피해 산정, 복구에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바닷모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체 골재 연구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일본은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환경파괴 때문에 1998년 히로시마현을 시작으로 여러 현에서 채취를 금지하고 대신 파쇄석과 수입모래의 비중을 높였다.
현재 국토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맡은 바닷골재단지 관리권을 해수부로 이관해 감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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