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종료되면 양국 교역액 30억달러 감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종료되면 양국 교역액이 3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 문종철 부연구위원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국제통상학회와 함께 개최한 '신보호주의 확산과 한국의 통상전략' 세미나에서 '미국의 통상전략 변화가 한미 간 산업별 무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부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 자체 추산 결과, 가장 극단적 시나리오긴 하지만 한미 FTA가 종료되면 한국의 대(對) 미국 무역수지는 2억6천만 달러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동차, 섬유, 생활용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에서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종료에 따른 대미 무역수지 개선은 착시효과일 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서로 간 교역이 정체되면서 수입이 함께 줄어드는 부정적 결과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문 부연구위원은 한미 FTA 종료 시 한국의 대 미국 수입액은 1억8천만 달러, 미국의 대한국 수입액은 13억2천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미 FTA의 재협상 없이 FTA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미국이 한국의 수출을 견제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는 약 4억 달러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섬유,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화학, 생활용품 등의 무역수지가 크게 나빠질 전망이다.
원산지 규정 등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수출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
문 부연구위원은 "어느 경우에라도 우리나라와 미국 간 무역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여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한미 FTA가 양국에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임을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며 "특히 한미 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기여해온 바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 이진면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 중국 통상정책 변화가 우리나라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이 14개 상위 중국 수입품목에 대해 45%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2억 달러 감소하고, 생산은 5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가 높은 전기·전자, 일반기계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큰 부분인 중간재가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다시 들어간다"며 "따라서 미국의 대중 수입제재가 우리나라 생산과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긍정적인 영향을 상회할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는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메가 F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철 무역통상본부장은 "글로벌 무역 패러다임이 다자간무역체제, 양자 FTA, 메가 FTA를 거쳐 다시 양자협력의 시대로 복귀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디지털 무역이나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무역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흐름에 선제 대응하는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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