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총장 "트럼프 정책, 反미국·反기독교적"
"난민 가로막는 장벽, 비인간적이고 효과도 없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교단에서 가장 큰 수도회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예수회의 총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신과 기독교 정신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르투로 소사 예수회 총장은 8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려는 계획과 이슬람 6개국 국민을 상대로 미국 입국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미국의 가치에 반대될 뿐 아니라 기독교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년 10월 예수회 500년 역사상 최초의 중남미 태생 수장으로 선출된 베네수엘라 신부 출신의 소사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이용하려는 듯 보인다"며 "그런데, 이는 미국의 역사와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멕시코를 놓고 보더라도, 멕시코인들과 멕시코 노동자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고려할 때 트럼프의 정책은 (현재와)반대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벽을 쌓는 게 아니라 허물고,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면서 일손을 나눠주는 사회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 명령이 이슬람 어린이들을 불법 체류자 신세인 그들의 부모와 갈라놓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듯 "이는 미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 인류애에 어긋난다"며 "과거 소련이 이런 짓을 했다고 비난한 미국이 똑같은 행동을 답습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소사 총장은 또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도 난민 유입을 막는 벽을 쌓는 정책은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 많은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맨발로 국경에 당도하거나 지중해를 건너다 수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난민들을 벽으로 가로막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어떤 벽이든 너무나 많은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벽을 쌓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와 위기로 이어진다"며 "두려움은 불안·무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한 인간의 두려움은 다른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을 알게 되고, 그와 얼굴을 맞댄 채 그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에만 해소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소사 총장은 아울러 "이슬람을 테러리즘과 동일시하려는 것은 미친 짓이다. 훌륭한 신앙과 위대한 인간성을 지난 수백만 명의 이슬람 교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이슬람 종교를 가진 테러리스트들도 있지만, 무신론자나 기독교도 중에도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종교 또는 인종을 테러리즘과 동일시하는 것은 현재 우리 세계의 복잡한 현상을 테러리즘이라는 테두리로 조작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테러리즘과 효과적으로 싸우는 방도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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