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 "여성 최초라는 마음의 짐 이제는 덜었어요"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정상 차지한 여성 사령탑
(인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여성 지도자로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사상 첫 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을 맛본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은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조명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를 3-0으로 완파하고 9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지도자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며 "여성 감독이라 선수들과 스킨십이 쉽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물론 여성 감독이라 약간의 소외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지도자로 선수들을 이끄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다만 '여성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한 것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도자의 길을 꿈꾸는 후배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도 흡족해했다.
그는 "처음 감독에 선임됐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여성 최초'란 말이었다. 예를 들어 해설의 경우에도 이전에는 다 남자분들이 했는데 지금은 여자분들도 한다. 오늘로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박미희 감독이 잘 못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여성 지도자는 안 된다는 부담감을 털어냈다. 이제부터 다른 지도자들이 바뀔 때마다 그 선상에는 여자 지도자들도 같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이 부임하기 전인 2013-2014시즌을 최하위인 6위로 마친 흥국생명은 박 감독의 재임 3시즌 동안 4위, 3위로 차근차근 성장해 결국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는 "오늘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1등 감독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이어 "안 울어야지 생각했는데, 눈물이 나긴 나네요"라며 눈물 사이로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만난 지 3년째인데, 사실 생각처럼 될 때보다 안 될 때가 더 많았다"며 "그래서 기술 훈련보다는 선수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배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왜 배구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높은 목표를 갖고 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게 내 노하우 중의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트에 있는 선수들은 한편으로 후배다. 나 같은 경우 맨땅에 헤딩하는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선수들에게 방향 제시를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박미희 감독은 통합 챔피언에 대한 굳은 각오도 드러냈다.
그는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최고의 목표를 제시해주고 싶다. 꼭 통합 우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수지 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지 메달'은 흥국생명이 당일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팀 자체적으로 주는 상인데, 이날의 수상자는 바로 박 감독이었다.
그는 '올 시즌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오늘 수지 메달을 받았다"는 말로 그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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