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하이테크 제조업 육성계획…유럽기업 "기술이전 압박 우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10개 제조업 분야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유럽 재계가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이징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이날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에 맞춰 발표한 7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른바 '중국 제조(CM) 2025' 계획을 비판했다.
EU상공회의소는 중국에 진출한 EU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다. EU 상공회의소는 보고서에서 "CM 2025를 위해 채택할 폭넓은 정책 수단들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으로부터 생산과 판매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중국 제휴사에 배터리 기술을 이전토록 압박을 가하는 것을 대표적 문제 사례로 꼽았다.
EU상공회의소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처럼 중국 정부가 이미 도입하고 있는 그 밖의 지원 조치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WTO 분쟁 해결 절차가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는 데다 중국 측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 기업들에 WTO 제소는 대안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외르크 뷔트케 EU상공회의소 회장은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EU 역내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요구를 자극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한 것을 감안했다는 해명이다.
중국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CM 2025'는 로봇산업과 첨단 의료기술, 반도체, 신에너지 차량을 포함한 10개 분야에서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대표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CM 2025'에 유럽이 우려하는 것은 지난 20년간 로우테크 제조업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일들이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고속철도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현실화된 바 있다. 독일 지멘스와 같은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했지만 결국은 중국 제휴사들이 국제시장에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중국을 보는 다국적 기업들의 태도도 지난 수년간 경직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컨퍼런스보드의 베이징 주재원인 주드 블랜쳇은 "중국이 두 자릿수의 성장을 할 때만 해도 불공평을 감내했던 많은 기업이 성장률이 낮아진 현재 여건에서는 인내심의 강도가 약해져 가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CM 2025'를 꺼내 든 것은 이른바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려는 필사적 노력의 산물이다. 중진국 함정이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중진국 경제가 소득 상승으로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가리키는 용어다.
노동 인구가 3년 연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소득은 많은 중진국 수준을 넘어선 상태여서 노동비용 상승을 따라잡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이 중국으로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중국의 평균 임금은 이미 칠레를 제외한 모든 중남미 국가들을 추월했고 유로존의 주변국들인 그리스와 포르투갈 수준을 신속히 추격 중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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