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중고서 여학생 생리 결석·바지교복 선택권 보장
학교에 여학생 인권보장 안내문 발송…'생리대 검사' 없어진다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여고생 A양은 심한 생리통에도 생리 조퇴를 신청할 수 없었다. 생리 조퇴를 하려면 생리대를 갈아서 보건 교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교실 책상에 엎드려 생리통을 참는 것을 택했다.
생리 공결제도는 교육부 지침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등이 보장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 교사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이같은 여학생 인권 침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세계 여성의날(3월 8일)을 맞아 학교 현장에서의 여학생 인권 개선을 위해 초·중·고교 전체에 '여학생 인권 보장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안내문'을 발송했다고 7일 밝혔다.
안내문은 학생인권교육센터에 접수된 여학생 인권·성차별에 대한 민원을 검토한 결과로, 교육청은 가이드를 바탕으로 각 학교에 여학생 인권실태를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학교 운영에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안내문에는 생리 공결제도 사용 권리 존중과 여학생의 바지 교복 선택권 보장, 성차별적 용의복장 제한 규정 개선, 교사의 성차별적 언어 표현 방지, 성별 고려한 학교시설 조성,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불합리한 분리 지양 등 6개 항목이 담겼다.
특히 생리공결제도를 잘 안내하고 학생이 생리공결 신청을 할 때 '생리대 검사' 등을 해 수치심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것과 여학생들이 자유롭게 바지교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또 자칫 여성의 성역할 고정관념에 대한 강요로 이어질 수 있는 '여학생다움'을 강조한 두발·복장 기준을 개선할 것과 체육복으로 갈아입을 때 남녀 학생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안정적인 탈의 공간을 만들 것도 권했다.
학생 인권·성차별 민원 접수 사례를 보면 생리공결 이외에도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학생 B양은 치마를 입고 싶지 않은데도 학교에서 여학생이 바지교복을 입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B양은 교복 문제로 대안학교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혀 부모님과 갈등을 빚었다.
고교생 C양은 엄격한 학교 생활규정 탓에 검정구두에 흰양말만 신을 수 있다. 운동화는 추울 때만 학교가 정한 디자인으로만 신을 수 있다. 구두를 신고 미끄러운 길을 걸을 때면 발이 시리고 넘어질까 불안하다.
남중생 D군은 수업시간에 교사가 "여자는 좋은 남편 만나 집에서 집안일이나 하면서 아이를 돌보며 사는 게 제일 좋아"라고 성차별 발언을 해 불편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여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가이드가 인권친화적이고 성평등한 학교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성별로 인해 권리침해를 경험하는 학생이 없도록 인권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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