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서 적으로' 13개월만 떠나는 김종인…文과 루비콘강 건너(종합)
文 '삼고초려'로 구원등판, 이제 非文 구심점…금배지 포기하며 결별
"개혁입법이 왜 안되나, 속내 뭔가" 격분…이제 文과 대척점에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임형섭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월 중순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삼고초려'로 구원투수로 등판, 민주당에 몸을 담게 된지 13개월여 만에 당을 떠나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와 '공동운명체'를 이루며 한때 문 전 대표의 '킹메이커'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얽힌 '애증의 시간'을 거치면서 김 전 대표는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구심점이 되면서 문 전 대표 및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대척점에 서게 됐다.
결국 "문 전 대표와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의원직까지 내던지고 탈당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 상처 입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중진 의원들과 만나서도 친문 의원들을 거론하며 "개혁입법이 왜 법사위에서 가로막힌 거냐. 속내가 뭐냐"라고 격분했다고 한다.
아울러 삼성을 언급하면서 "참여정부를 망하게 한 것도 삼성, 박근혜 정부를 망하게 한 것도 삼성이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15일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의 분당 사태 등의 여파로 풍전등화에 놓였던 제1야당의 원톱 선대위원장을 수락,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5년전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지내며 박근혜 정권 탄생의 산파역으로 꼽혔으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인해 결별한 뒤 진영을 옮겨 '이적등판'한 셈이다.
결국 총선에서는 1당을 차지하는 등 승리를 거뒀지만 진통도 적지 않았다.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낙점한 것을 두고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친문 진영에서도 반발이 일자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당시 양산 자택에 머물된 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그를 설득하기도 했다.
'불안한 동거'를 이어온 두 사람은 4·13 총선 이후 가진 만찬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진 뒤 관계가 멀어졌다. 여기에는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대표에 대한 합의추대론에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내심 합의추대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전 대표는 "현 상황에 합의추대가 가능하지 않고 김 대표가 경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8·27 전대에서 추미애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준 뒤 개헌을 고리로 보폭을 넓히면서 당 안에 있으면서도 제3지대론의 변수로 꼽혀왔다. 그는 '비(非)패권지대'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친문 진영과 각을 세워왔으며, 특히 개헌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측과 정면충돌을 이어왔다.
김 전 대표의 탈당 결심 역시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은 "아주 오래 전에 결심했다. 4·13 총선 직후부터 당을 떠날 생각을 해 왔고, 그동안 다른 인사들을 알게 모르게 많이 만나 왔다"며 "호남 참패를 김 전 대표의 탓으로 돌리면서부터 나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탄핵 정국 때문에 좀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부터는 의원 회관에서도 조금씩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짐 정리를 대강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에는 비문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개헌파들이 친문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일에 대해서도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내 경선 구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돌풍을 이어갔을 당시 잠시 기대를 품었으나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주변 인사들에게 "이 당 안에서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그냥 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루비콘강'을 건넜고,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 출마를 할 경우 한때 전략적 제휴였던 이들은 정반대에서 대결하게 되는 셈이 된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