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주중 북한 대사관이 김정남 암살사건의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북한 국적 리정철을 내세워 4일 오후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리정철은 전날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출발해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곧바로 북한 대사관을 이동했다.
이어 도착 2시간가량 뒤인 오전 3시께 북한 대사관 철장 너머로 이번 사건이 "공화국의 존엄을 훼손하는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리정철은 또 말레이 경찰이 자신의 가족 '몰살'을 운운하며 협박과 날조로 수사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주장만으로 설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했던지 북한 대사관은 이날 정오께 갑자기 오후 4시에 대사관에서 리정철이 기자회견을 할 테니 모이라고 일부 일본 매체들에만 알렸다.
이에 오후 3시부터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려와 북한 대사관 앞에 진을 쳤다. 공안들이 일일이 신분을 검사하고 폴리스라인까지 치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약속했던 오후 4시에서 불과 10분을 남기고 북한 대사관 직원 1명이 밖으로 나오더니 오늘 회견을 취소했다고 알리고는 사라져 버렸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모인 외신 기자들은 리정철이 다시 한 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 사건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차례 '양치기 소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리정철은 당초 4일 새벽에 중국에 입국해 이날 고려항공 편으로 평양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으나 대사관에 체류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일 귀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가족을 기다린 뒤 함께 들어갈 것이라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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