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몰려온다] 맥주·김치·오징어·낙지…한국으로 한국으로
(서울=연합뉴스) 정열 정빛나 기자 =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 시장이지만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의 물량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액은 1천244억3천300만 달러(약 144조원)였고, 반대로 중국의 대한(對韓) 수출액은 869억8천만 달러(약 100조원)였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수출이 수입보다 44조원가량 많은 셈이지만 중국의 대한 수출액도 연간 100조원이 넘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한중 양국의 경제 구조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상호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만약 한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맞서 정면 대응에 나선다면 중국이 입을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한국으로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반도체(약 113억 달러), 무선통신기기(약 67억 달러), 컴퓨터(59억 달러) 등이지만 중국산에 대한 체감도는 주류나 식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 중국 맥주의 진격…칭다오맥주, 수입맥주시장 1위 등극
일반 소비자들은 중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나 통신장비 등보다 생활 현장에서 접촉 빈도가 높은 소비재 분야에서 중국산의 위력을 더 실감한다.
최근 국내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칭다오맥주가 대표적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 수입맥주 순위에서 하이네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칭다오맥주는 올 1~2월 매출이 급성장하며 하이네켄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입맥주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이네켄에 이어 2위였던 칭다오맥주는 올 1~2월 1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았던 중국 백주 시장 역시 최근 '양꼬치 열풍' 등을 타고 급성장하면서 이마트에서 올해 들어서만 매출이 250%나 급증했다.
이는 올해부터 대형마트에서 옌타이고량주를 판매하기 시작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칭다오를 앞세운 중국 맥주 수입량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0년 4천836t에 불과했던 중국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3만6천159t으로 6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2천639만4천 달러(약 305억원)에 이른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 맥주의 대부분이 칭다오맥주이며 이밖에 하얼빈이나 옌징맥주 등이 일부 판매되고 있기는 하지만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칭다오맥주는 특히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 확산하고 있는 '양꼬치엔 칭다오' 열풍과 맞물리며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술은 결국 문화"라며 "중국 음식이나 양꼬치를 먹을 때에는 왠지 다른 맥주보다는 중국 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이 어울린다는 인식 때문에 칭다오맥주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김치도 중국산이 점령…"수입김치 99.9%가 중국산"
세계김치연구소가 발간한 '2016 김치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2천149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중 99.9%가 중국산이다.
액수로는 수입 김치 단가가 하락해 전년 대비 7.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 물량(25만t)으로 치면 13.1%나 증가했다.
대(對)중국 김치 무역 적자액은 1억2천104만 달러에 달한다.
국산과 수입산 김치를 합한 연간 국내 김치 소비량은 160만t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25%인 40만t이 외식·급식 업소에서 소비된다.
중국산 김치가 주로 식당에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김치 수입물량 25만t은 외식·급식업소 소비량의 62.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식당 10곳 중 6곳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소비한다는 의미다.
중국산 수산물 역시 물밀듯 밀려들어 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수산물 수입액은 처음으로 12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이 수산물을 수입하는 대상국중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수입산의 25% 이상이 중국산이다.
오징어, 낙지, 조기, 꽃게 등 국내에서 어획량이 부족하거나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어종이 대부분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수산물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량만으론 수요 충족이 안돼 수입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냉동고추도 중국산이 전체 수입량의 95%를 차지하는가 하면, 당근은 중국산에 밀려나며 자급률이 50% 이하로 추락하는 등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농식품이 국내 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TCL·샤오미 등 韓가전시장서 약진…전체 점유율은 미미한 편
저가 가전시장에서도 중국산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아직 주요 품목에서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편이지만 싼 가격과 '예상보다 괜찮은' 품질을 앞세워 저가형 TV나 세탁기 보조배터리 시장에서 존재감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동안 중국산 가전제품은 저가·저품질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다가 샤오미 스마트폰이 2014년 나오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괜찮은 제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샤오미 외에 화웨이(스마트폰), 레노버(노트북), TCL(TV), 하이얼(냉장고), 미디어(세탁기)와 같은 중국 가전·전자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상륙하고 있다.
TCL의 액정표시장치(LCD) TV(32인치)의 경우 삼성이나 LG 등 국산보다 20만~30만원 정도 저렴한 23만원에 롯데하이마트에서 팔리고 있고, 같은 매장에서 22만원에 판매되는 미디어 세탁기(3.8kg)의 가격은 국산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최근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해당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샤오미 보조배터리는 깔끔한 디자인과 괜찮은 성능으로 한때 시장 점유율이 75%에 달했으나 삼성이나 TSST 등이 잇따라 시장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에 수출하는 물량이나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맞서 불매운동을 벌일 경우 중국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두 나라의 경제가 상호의존적 구조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보복 조치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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