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中 사드 보복, 당당히 맞서 극복하자
(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파상 공세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확산될 조짐을 보여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사드 부지를 정부와 맞교환한 롯데는 중국의 집중 타격을 받아 이미 중국 현지와 국내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최근 무역대표부(USTR) 보고서에서, FTA 발효 이후 대 한국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었다며 불길한 평가를 내놨다. 미국이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수위가 급상승하는 징후는 2일 떨어진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금지령에서 뚜렷이 감지됐다. 알려진 대로 이 조치가 전면 시행되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60~70% 줄어 국내 면세점, 항공업, 숙박업, 요식업 등에 직격탄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롯데를 표적으로 삼아 무차별 보복을 가했다. 1일에는 중국 내 롯데 유통매장들이 갑자기 위생·안전·소방 점검을 받았고, 롯데와 거래 회사의 신용장 발급조건도 훨씬 까다롭게 변경됐다. 롯데의 일부 식품 계열사는 중국 내 온라인 쇼핑몰 재입점에서 탈락됐다. 중국 관영 언론들의 자극적인 보도로 중국인들의 혐한(嫌韓) 정서도 급격히 나빠지는 분위기다. 2일 장쑤(江蘇)성 치둥현의 롯데백화점 부근에서는 현지 젊은이들이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뒤 한국산 자동차를 벽돌로 부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제 중국 측에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설명하거나 지나친 보복 조치에 항의하는 수준을 넘어서 뭔가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중국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최근의 이상 신호는 USTR 보고서에서 나왔다. 이 기관은 1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에서 FTA 시행 이후 대 한국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음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여러 무역협정에 대한 접근법을 심각히 재검토할 때가 왔다"면서 세계 무역기구(WTO)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하면 미국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고려할 때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을 만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산 인동에 대해 예비판정의 두 배가 넘는 8.4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밖에도 올해 들어서만 한국산 가소제(DOTP)와 합성고무(ESBR)에 잇따라 예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에 대해 마음을 놓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큰 게 사실이다.
당장 중국의 사드 '쓰나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국은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25.1%를 점유한 수출 비중 1위 국가이다. 다음은 미국이 13.4%로 2위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 나온 보복 조치만으로도 우리는 상당한 피해를 각오해야 한다. 특히 한국관광 금지령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국내 지출을 한해 11조원 가량 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우리 여행수지 적자(6조9천410억원)의 1.6배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반한 정서가 확산되면 자동차, 전자제품 같은 주요 수출품목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1월 말 발표된 '대외경제정책방향'에도 '사드'라는 단어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해진 3일 고위당정협의가 열렸지만 별다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분쟁으로 중국으로부터 전방위 보복을 당한 일본의 사례가 새삼 주목된다. 당시 일본도 초반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대 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내 공장을 동남아 등으로 분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적으로 난국을 타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7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선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는 차원의 수출 다변화 전략이 논의됐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새 시장을 발굴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는 인구 증가속도가 빠르고 상당한 구매력도 갖고 있는 인도, 중동, 베트남 등이 꼽힌다. 수출 기조에 변화를 주려면 이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과도한 보복 공세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극복해 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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