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등 50∼80년대 검열당한 한국영화 한자리에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피아골'(1955·이강천)은 6·25전쟁 직후 전라남도 지리산 일대에 잔류한 빨치산들의 만행을 폭로한 반공영화다. 정부와 군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제작됐지만, 개봉 무렵 예상치 못한 논쟁에 휩싸였다.
빨치산들의 고뇌를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특히 여주인공 애란이 홀로 산에서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이 남한으로 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이강천 감독은 마지막 화면 위에 태극기를 이중 인화해 애란이 '자유대한'의 품에 안긴다는 의미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수정해야 했다.
이처럼 제작과 상영 당시 사상불순이나 풍기문란 등의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구속받았던 1950∼80년대 한국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한국영상자료원은 3∼4월 두 달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KMDb) 홈페이지(www.kmdb.or.kr)에서 '한국영화 속 검열이야기' VOD(주문형 비디오) 기획전을 진행한다. 모든 상영작은 4월 30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
키스신과 포옹 장면이 문란하다고 지적돼 상당 부분이 삭제된 후 가까스로 개봉된 '자유부인'(1956·한형모 감독), 영화 속 노파의 '가자!'라는 외침이 '북으로 가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유해영화로 분류된 '오발탄'(1961·유현목) 등이 상영된다.
영화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둡다는 이유로 검열을 끝내 통과하지 못했던 이만희 감독의 '휴일'(1968), 영화 속 장발 단속을 하는 경찰관의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클로즈업 장면이 단축되는 등 여러 장면을 가위질당한 '바보들의 행진'(1975·하길종) 등 총 8편이 상영목록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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