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총리 "원전은 돈먹는 벌레"…아베 정권 비판
"원전 모두 없애도 일본은 발전할 수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원전은 돈을 먹는 벌레"라며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는 아베(安倍) 정권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福島)현 고리야마(郡山)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배상과 오염제거 비용이 팽창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자연 에너지 장려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정계 은퇴 후 원전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때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파견됐다가 방사선 피폭을 당한 미군을 지원하겠다며 '친구 작전 피해자 지원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강연에서 "원전이 가동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전력부족으로 인한 정전은 없었다"면서 "'원전 제로(zero)'여도 곤란하지 않다. 사실이 증명한다.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없애도 일본은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원전 제로가 야당의 전매특허는 아니다"며 여당 자민당이 원자력과 관련한 현재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10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후보를 단일화해 '원전 제로'를 쟁점화하면 자민당이 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강연 후 반원전 주장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에게 더 강하게 이야기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하고 있지만, 더 듣지 않는다"며 "사람도 다양하고, 총리도 다양하다. (아베 총리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제1야당인 민진당의 렌호(蓮舫) 대표가 '2030년대까지 원전 제로'를 주장해 이슈화됐지만, 당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커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민진당 집행부는 원전 제로 시점을 '2030년대까지'에서 '(지금부터) 30년 후'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민진당과 정책협정을 맺고 있는 일본 최대 노조단체 '렌고(連合)' 소속 원전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해 이마저도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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