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의 공간이라도 더…서울에서 벌어지는 '용적률 게임'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의 귀국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한국관을 장식했던 전시 '용적률 게임'이 한국 관람객들을 찾아왔다.
3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용적률 게임'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바닥면적의 비율을 이르는 건축 용어인 용적률을 열쇳말로 삼아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는 귀국전이다.
서울은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인구도 많고 중앙집중화된 도시다. 급속한 인구 팽창도 서울의 특징이다. 서울 인구가 100만 명에서 1천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46년에 불과하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땅값은 급격히 뛰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용적률의 최대화, 즉 제한된 땅덩어리에 최대 면적의 건물을 확보하는 게 과제가 됐다.
이번 전시는 건물을 지어 올릴 때 건축주와 건축가, 정부가 용적률을 놓고 일종의 게임을 벌인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전시를 총괄한 김성홍 예술감독(서울시립대 교수)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건축가들이 건축주의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정부의 법과 규제를 준수하면서 미학적 아름다움도 구현하고자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주요한 연구 대상이다.
'부동산 신화'의 붕괴로 소규모 재개발이 확산하면서 젊은 건축가들이 소규모 주택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시 부제를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이라 단 것도 36개 건물의 조형물을 통해 최대 용적률을 확보하면서 더 넓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려는 젊은 건축가들의 창의적인 시도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개발시대에는 건축가들이 큰 덩어리의 건물을 짓는 데만 참여했는데 금융위기 이후 생각지도 않았던 뒷골목 땅들도 유의미한 건축의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1층 전시장에 사진과 모형으로 등장한 36개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궁금한 이들은 2층을 찾으면 된다. 건축가들이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어떤 구상을 했는지를 영상 작업으로 풀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한글로 된 설명 없이 전시한 점은 아쉽다. 작은 한글 안내서를 첨부했지만 영어로 빼곡히 가득 찬 전시 현장과 함께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문의는 ☎ 02-760-4714.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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