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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케냐 주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 지원 땐 어떤 일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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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케냐 주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 지원 땐 어떤 일 일어날까

생산적 자산 구매 등 긍정적 효과…"게으르게 만든다는 주장 근거 없어"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빈민에 대한 구호활동이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가난한 주민이 조건 없이 받은 현금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없을까?

동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자선단체들이 시골 주민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고 이 현금을 쓰고 싶은 곳에 쓰도록 하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수천 개의 기부자 그룹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수백만 명에게 나누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이나 유엔 산하기관, 국제기구들은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거나 어느 특정 커뮤니티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으로 엄청난 금액을 쏟아붓고 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고 집을 잃은 난민에게 천막을 지어주던 구호활동이 이제 점점 신용카드나 모바일 머니 형태로 현금 직접 지급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BBC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구호단체는 수혜자에게 특정 물품만 구매하도록 조건을 달기도 하지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단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조사를 통해 효과가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 지급 방식의 구호활동에 대해 상세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해외개발연구소(ODI)의 프란체스카 바스타글리는 "현금 직접 지급 방식은 가장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는 사회개발 프로그램의 하나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수입을 증대시키고 식품 등에 대한 소비를 늘릴 뿐만 아니라 섭취하는 음식물의 종류도 다양화시켜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금 지급이 자녀들의 학교 출석률 증가로 이어지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의료기관 방문이 늘어나고 가계저축도 증대될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예가 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베이(eBay)의 공동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아르가 운영하는 자선단체 '기브 디렉틀리(GiveDirectly)'는 케냐 서부 키수무에서 지난 5년간 주민들에게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고 생활개선 실험을 진행했다.

하버드와 MIT의 경제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이 단체는 '나눔의 새로운 방식'을 기치로 내걸고 연구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1천 달러(한화 113만원)의 현금을 두세 번으로 나누어 조건 없이 수령하고 자유롭게 사용토록 허락받았다.

이곳 카고조 마을에서는 2년 전만 해도 주민들이 대부분 가옥의 지붕을 씌우는 데 현금을 사용했다.

기브 디렉틀리의 케냐 담당자인 윌 리는 "수혜자를 선택할 때 자산보유 정도, 주택의 규모, 자녀 숫자 등 다양한 지표들을 살펴본다"라고 전했다.

에밀리 A. 오티에노는 새로운 양철지붕을 통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매년 두 번씩 초가지붕을 고치지 않아도 돼 돈을 모을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제 지붕을 고치느라 돈을 쓰지 않아도 돼요. 그 돈으로 옷과 음식을 사고 학교 등록금이나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됐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오티에노는 여분의 자금으로 식용유를 사서 되파는 소매업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수혜자인 조지프 옴빔보는 그의 아내 비트리스와 함께 종자와 비료를 구매하고서 옥수수를 재배해 소비하고 남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현금으로 수소와 송아지 각각 2마리를 사들였으며 철제 기둥을 구매해 주택을 수리하고 자녀 중 1명의 등록금을 납부했으며 30년 전 결혼식에서 지급하지 못했던 신부 지참금을 처가에 건넸다.

기브 디렉틀리는 사람들이 기부한 금액의 91%가 직접 현금으로 전달돼 구호사업 수행에 따른 행정비용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현금 지급 방식의 구호활동을 수행하는 기관은 이제 자선단체나 비정부기구(NGO)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국 정부의 국제개발부(DfID)는 케냐 북부와 북동부의 사막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금 지급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북부 와지르에서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소 떼가 사막의 모래를 들추며 드문드문 자라는 마른 풀을 겨우 뜯어 먹고 있다.

이 지역 유목민들은 소, 양, 염소, 낙타 등 가축들을 이끌고 먹일 물과 목초지를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야 한다.

압둘라히 아브디는 과거 100여 마리의 소를 먹였지만 최근 몰아닥친 가뭄으로 대부분 말라죽어 몇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DfID는 가뭄의 피해를 본 케냐 북부 지역의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생활환경 개선 실험을 최근 진행했다.

주민들은 형편이 어려울 때 가축을 팔아 생활비에 충당하지만, 종종 가격이 가장 낮을 때 판매하게 되고 우기가 시작되면 가축은 없어 주민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아브디는 "현금 구호가 아니었다면 애들 등록금에다 생계비 충당을 위해 가축들을 또 내다 팔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달 현금이 플라스틱 카드로 송금되면 아브디는 은행 창구에서 신분확인을 거쳐 25달러(한화 2만 8,250원)를 인출한다.

'기아 안전망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 실험은 케냐 정부가 총금액의 34%를 분담하고 있으며 DfID가 나머지를 부담해 50여만 명 이상의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영국 정부는 케냐에 가뭄이 들면 케냐 정부의 국가가뭄관리청(NDMA)을 통해 수십만 명의 피해 주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수혜 주민들이 돈을 낭비하거나 시스템을 남용할 것이라며 정부의 현금 지급 방식 구호활동에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ODI의 바스타글리는 그러나 "현금 수혜자들이 받은 돈을 술이나 담배 등 구매에 사용한다는 증거가 없다"라며 "일반적으로 현금 지급으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덜 일 하게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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