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뺑소니 사망사고 위자료 인상…효과 있을까
손보협회 "위자료 보험금으로 지급…사고예방 취지달성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3월부터 발생하는 음주·뺑소니 교통 사망사고에 대해 위자료를 2억 원으로 올린 법원의 조치에 손해보험업계가 난색을 보였다.
인상된 위자료는 보험금으로 처리되기에 사고예방 효과는 없고 보험료만 올라 다른 운전자의 부담만 늘리는 셈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논리다.
1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부터 음주 운전이나 뺑소니로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1억5천만 원에서 최대 2억 원까지 위자료를 물리기로 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이에 준하는 중상해의 경우 기존 위자료 기준금액은 1억 원이다.
음주 운전과 뺑소니 사고에 대해서만 특별히 위자료를 가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교통법규 준수를 신뢰한 피해자와 유족의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고 가해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한 조치다.
또한, 사고 발생에 대한 예방의 필요성도 커 위자료 기준금액을 1억원 이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이에 대해 보험사가 위자료를 보험금으로 주기에 위자료 인상에 따른 사고예방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기준에 의해 산출한 금액'이나 '법원의 확정판결 등에 따라 피보험자가 배상해야 할 금액' 등을 지급한다.
게다가 위자료가 1억 원이든 2억 원이든 그 수준과 상관없이 보험료는 사망사고에 대해서 동일한 수준으로 할증돼 위자료 인상이 교통사고 가해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시피 한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늘어나게 되면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음주 운전·뺑소니 사망사고의 책임을 일반 운전자가 나눠서 지는 불공평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손보협회는 주장했다.
2015년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301명, 뺑소니 사망자는 118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위자료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오른다면 전체 보험금이 419억원 늘어난다.
손보협회는 이런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고려해 위자료를 통상의 사망 위자료와 징벌적 위자료로 구분해 표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서울중앙지법과 대법원에 보냈다.
일단 위자료 전체를 피해자에게 주고서 나중에 징벌적 위자료 부분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뜻이다.
손보협회는 아울러 자기부담금제도를 음주·무면허 운전에서 뺑소니까지 확대하고 자기부담금을 올리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음주 운전·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운전자는 대인배상에는 300만원, 대물배상에는 100만원을 별도로 보험사에 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실무 연구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현장에서 운영해 보면서 개선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위자료 인상은 서울중앙지법 교통·산재 실무연구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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