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조진웅 "매 장면 내 인생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연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배우 조진웅(41)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듬직함이다. 큰 덩치에서 풍기는 남성적 매력도 있지만,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잘 소화해낼 것 같은 믿음을 준다. 한마디로 '믿고 보는 배우'다.
영화 '해빙'에서도 조진웅은 그만의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다. 조진웅은 우연히 한 노인의 살인 고백을 들은 뒤 공포에 휩싸이는 내과 의사 승훈역을 맡았다. 악몽과 기억, 현실을 오가는 세밀한 심리 변화를 표현해냈다.
2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이 영화는 내게 도전이었지만 진짜 재미있고 신명 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계산된 리액션을 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온전히 그때그때 상황에 몰입해 감정을 표현했죠. 실제로 대사가 있었던 장면도 그 대사를 읊조리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였어요. 이수연 감독님의 도움이 컸죠. 이런 식의 작업은 연극 무대 이후 간만에 해본 것 같아요. 연극도 일단 무대에 올려지면 연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그런 것과 마찬가지 작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조진웅은 수척하고 날카로워 보인다. 몰락한 의사에 살인공포에 시달리는 승훈 역을 위해 평소 95㎏인 몸무게를 78㎏까지 뺐다고 한다. 지금은 다시 평소 몸무게로 돌아왔다.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언제냐"라고 물어야 할 정도로 애주가인 데다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배우들은 다 하는 '몸매 관리'는 자신과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연기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부터 달라졌다.
"저는 작업(연기)이 잘 안 풀리면 '오늘 여기서 죽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잘할 때까지 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가 없죠. 저는 항상 매 장면이 제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그런 자세 없이 관객을 만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는 작품마다 온 에너지를 쏟아붓는 탓에 "연기를 오래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팬들이 서운해할 것 같다'고 하자, "그러니 제가 있을 때 (관객들이) 잘해달라"고 넉살 좋게 답했다.
극단 생활을 오래 한 그는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조연으로 충무로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명량'(2014)의 왜장, '끝까지 간다'(2014)의 악질 형사, '아가씨'(2016)에서 아가씨의 후견인 등 다양한 배역으로 입지를 넓혀왔다.
특히 TV 드라마 '시그널'(2016)은 그의 인생작으로 꼽을 만하다.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을 울렸다.
그는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폭력서클'(2006)을 꼽았다. 당시 30살의 '중고신인'이었던 그는 17살 고등학생 연기를 맡았다. 조진웅은 "영화 속에서 저의 활용가치를 충분히 느꼈던 작품"이라고 했다. '시그널'에 대해서는 "징글징글했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동안 남성미 넘치고 선 굵은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조진웅은 '해빙'에서 승훈의 전처로 나오는 윤세아와 멜로연기를 펼쳤다. 제법 강도 높은 키스신도 등장한다. 키스신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부터 빨개졌다.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저렇게까지 엉겨 붙었나'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촬영 때는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윤세아 씨나 저나 편안하게 했거든요. 저한테는 '멜로 DNA'가 전혀 없는데, 멜로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도전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셰익스피어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가 될 수는 없지만, '오셀로' 역할은 하고 싶거든요."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