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종차별반대법 완화되나…의회 법 개정 권고
턴불 총리, 당 보수파 압력과 소수민족 반발 사이 진퇴양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미국과 유럽 내 우경화 기류가 호주 사회에도 확산하고 있다.
극우성향 정당의 약진과 함께 이번에는 상하원 공동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보수 강경파의 주장을 받아들여 인종차별적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법률의 개정을 권고하고 나섰다.
호주 의회의 인권문제 공동위원회는 약 3개월의 작업 끝에 인종차별반대법 관련 보고서를 작정, 28일 의회에 제출했다고 호주 언론이 전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항은 이 법 18C 조항의 변화 여부로, 법 개정론자들은 이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조항은 현재 "인종을 이유로 불쾌하게 하거나(offend) 모욕하는 (insult), 또한 수치심을 주거나(humiliate) 위협적인(intimidate) 표현"을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의회 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18C 조항의 "불쾌하게 하거나 모욕하는, 또한 수치심을 주는" 단어를 삭제하고 그 대신 "괴롭히는(harass)"이란 단어를 새로 넣었다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일부에서 요구한 "비방하는"(vilify)이라는 단어의 추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대로라면 법상 단속 대상이 앞으로는 "괴롭히거나 위협적인 표현"으로 제한되는 셈이다.
호주 언론은 이번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는 맬컴 턴불 총리가 쥐게 됐다며, 당내 우파들의 압박이 더욱 강화되겠지만, 그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턴불 총리는 지난해 8월 소속당 상원의원 13명이 법 개정의 수용을 요구하자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해 11월 의회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쪽으로 물러선 바 있다.
턴불 총리로서는 최근 지지율이 정권 존립이 위협될 정도로 곤두박질친 상황인 만큼 당내 강경 보수파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어렵지만, 호주 내 소수민족의 반발도 심한 만큼 법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사정이다.
전임 정부인 토니 애벗 정부도 18C 조항의 폐기를 추진하다 소수민족 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포기한 바 있다.
한편 호주에서는 대표적인 극우파 폴린 핸슨이 이끄는 '하나의 국가'(One Nation)당이 지지율을 지난해 7월 총선 때 1.3%에서 최근 10%로 끌어올리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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