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과 27년 결혼생활도 소용없이 추방된 싱가포르 출신 여성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인 남성과 27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싱가포르 출신 50대 여성이 외국인 가족 이민규정 때문에 송환된 사실이 27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적자인 이렌 클렌(53)은 지난 1988년 영국에 와서 2년 뒤 지금의 남편인 영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이 부부는 영국 중부 더럼에서 살면서 슬하에 두 아들을 뒀고 작년엔 손주도 봤다.
클렌은 남편과의 결혼으로 기간이 정해진 영주권을 얻었다. 이 영주권은 일정 기간 영국에서 체류해야 하는 조건이 달렸다. 클렌처럼 영국인과 결혼한 유럽연합(EU) 이외 출신들은 이외에도 영국인 배우자의 연소득이 1만8천600파운드(약 2천600만원)을 넘어야 영국에서 배우자와 함께 살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싱가포르에 살던 클렌의 친부모가 암에 걸리자 간병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갔다가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에 '일정 기간 영국 체류' 조건을 어기면서 영주권을 잃었다. 클렌의 영주권은 작년 말로 소멸됐다.
영주권이 소멸됐지만 반평생을 살아온 까닭에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난달 이민국 직원과 인터뷰를 했던 클렌은 곧바로 글래스고에 있는 이민자 구금센터로 옮겨진데 이어 전날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태워져 추방당하는 처지가 됐다.
가족은 주말에 추방된 탓에 이민국이나 변호사들과 접촉하지 못해 추방을 막지 못했다고 한다.
클렌이 추방된 비행기에 오를 때 주머니엔 고작 12파운드의 돈을 갖고 있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전후로 영국에선 이민 문제가 사회 최대 관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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