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맞은 정대협 "소녀상 철거? 더 늘어날 것"
사무처장 "이번 삼일절 수요집회 1천명 모일 듯…할머니들도 나오실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삼일절인 내달 1일 1천272회 수요집회를 개최한다.
1992년 1월 시작한 수요집회는 2011년 12월14일 1천회를 넘어 어느덧 1천500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일본과 관련된 현안 해결을 촉구하며 출범, 25년 동안 집회를 열어온 정대협에 이번 98주년 삼일절에 개최하는 수요집회는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27일 서울 마포구 정대협 사무실에서 만난 양노자(48) 정대협 사무처장은 "이번에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위안부와 평화비(소녀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이번엔 1천명 인파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수요집회는 현재 재건축 중인 일본대사관 건너편 소녀상 뒤편의 좁은 인도에서 열린다. 평소엔 소녀상 앞 도로를 일부 점유하는데 1천명이 몰리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전망이다.
양 처장은 "삼일절엔 외교부까지 행진하려고 했는데 허가가 나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그간 겨울 추위 때문에 나오지 못하셨던 할머니들도 많이 참석하신다"고 전했다.
정대협은 2012년부터 일본 정부에 위안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1억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1억 2천만 일본 인구에 버금가는 숫자로 일본 정부를 압박한다는 취지다.
양 처장은 "2014년까지 짧은 시간 안에 150만명 정도의 서명이 모인 이후 지금까지 200만 명을 넘어선 수준"이라며 "최근까지 서명 운동에 쏟을 여력이 없었지만, 올해는 이 부분에 힘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명 초기엔 위안부 관련 단체들이 중심이 됐는데 지금은 한국 정부의 태도 등으로 오히려 대중적 관심이 더 커졌다"며 정부가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지금이 더 호기라고 봤다.
현재 전국에 60개 수준인 소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양 처장은 "삼일절에도 경기 안양 등 전국 곳곳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한다고 한다"며 "그동안 소녀상 설립을 추진·관리하는 창구가 없었는데 올해 정식으로 '평화비전국연대'가 출범해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가게 돼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처장은 재일교포 3세다. 한글 이름은 일본 이름에 붙은 한자를 쓰고 있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대협에서 자원봉사 등 활동을 시작했고 13일 정대협 2017년 정기총회에서 신임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양 처장은 "원래 일본에서 언어학을 전공, 물류 회사에 다니다가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2004년 한국으로 건너왔고 2006년 사회학과에 편입했다"고 소개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 사회에 위안부 문제가 처음 알려졌을 때 충격을 받은 것이 훗날 정대협 활동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양 처장은 "당시 '위안부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주제가 일본에서 매우 큰 화제가 됐다"며 "그런데 깊게 알아보려고 해도 마땅히 알 방법이 없었다. 할머니들이 울고 재판을 하는 것 이상을 심오하게 알기는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당시만 해도 위안부 문제에 충격을 받았던 일본 사회는 현재 한국과 더욱 간극이 벌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양 처장은 "2000년대 들어 위안부 이슈가 일본에선 잊혔다가 2015년 12·28 합의를 계기로 다시 화제가 됐다"며 "하지만 그때 이후로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왜곡된 내용이 너무 많아졌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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