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 '보복'에 직면…중국관련 매출 8조원 흔들린다
롯데, 中서 "사드 부지는 정부 안보 요청 따른 것"
'매출 80% 中 의존' 롯데면세점 최대 피해 예상…선양·청두 공사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롯데가 마침내 27일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실제로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직면했다.
롯데는 우선 중국 현지 지사나 사업부에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 중국 언론으로부터 입장 등을 요청받으면 '정부의 안보적 요청에 따른 사안으로 기업이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최대한 여론을 자극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 중국 당국이 롯데 현지 사업에 매우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거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는 방식으로 한국과 롯데, 사드배치에 노골적 반감과 불만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롯데 안팎의 우려다.
◇ 사드 부지 제공 의결 전부터 "롯데 중국 떠나야"
롯데가 사드부지 제공을 의결하기도 전부터, 중국 언론과 소비자는 '부지를 예정대로 제공하면 롯데는 중국에서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식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1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에서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며 "롯데의 면세점 수입을 비롯한 영업 전망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구시보는 앞서 19일에도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의 말을 인용, "롯데그룹이 사드부지를 제공할 경우 중국 사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롯데를 압박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롯데그룹이) 지역 관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롯데가 한국 언론을 통해 "국가 안보 요청에 협조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하자, 중국 언론은 다시 이런 롯데의 입장을 자국에 발 빠르게 보도했다.
이 보도를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입장을 바꾼다 해도 롯데 불매운동을 하겠다.", "이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때다", "전 국민이 모두 단결해야 한다" 등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 '수 천억 적자' 롯데 중국 유통업, 불매운동 겹치면 생존가능성 희박
현재 롯데가 중국인을 상대로, 또는 중국 현지에서 벌이는 사업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 당국과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일은 롯데 입장에서 '악몽'과 같다.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행 관광객을 제한할 경우,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면세점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시내면세점 매출 가운데 무려 80%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은 작년에 무려 3조1천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조6천억 원 정도가 유커 덕분이라는 얘기다.
내국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항 면세점까지 더해도, 지난해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의 중국 의존도는 70%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이 약 6조원인만큼, 이 가운데 70%인 4조2천억원이 중국의 동향에 영향을 받는 셈이다.
아울러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전체 거래액 15조원 가운데 2.5%인 3천750억원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것이다.
중국에서 불매운동이나 규제 강화가 현실이 되면 롯데의 중국 현지 사업도 난관에 빠진다.
롯데에 따르면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통·화학·관광 등의 업종에서 롯데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고, 현지에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통의 경우 아직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을 봤는데, 불매운동과 규제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중국 사업 전면 철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 점, 90여 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유통·제과·화학 등 계열사의 중국 현지 매출은 한 해 약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결국 한국 내 롯데면세점(4조2천억원), 롯데백화점(3천750억원)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의 중국인 관련 매출까지 더하면, 적어도 국내와 중국 현지에서 약 8조원(4조2천억원+3조2천억원+3조2천억원)에 이르는 롯데 계열사 매출이 사드 문제로 타격을 입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에서 롯데가 추진하는 쇼핑·레저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도 사드 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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