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이민 시대상…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추방·장벽 바람'
추방 불법이라 여기던 유럽도 강경모드로 전환…獨·佛·伊서 잇따라 감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전 세계를 뒤흔든 사이를 틈타 유럽에서도 거센 이민자 추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추방을 불법이라고 여기는 유럽에선 아직 미국처럼 공격적인 반이민 정책이 도입되진 않았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서 테러와 이민자·난민 범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가들이 하나둘씩 이민을 규제하고,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전후로 이민자와 난민에게 우호적이었던 태도를 거두고 있다.
영국이 이민자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작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한 것이 대표적 예.
하지만 현재 EU를 이끄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예외는 아니라고 신문은 전했다.
먼저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은 최근 알바니아, 아르메니아, 코소보, 세네갈 등을 추방안전 국가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는 인권 단체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또 프랑스 유력 대선 주자인 극우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프랑스의 건강보건 시스템이 포화됐는데도 정부는 이민자들을 계속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르코 미니티 내무장관도 이민자 유입을 줄이기 위해 이민자들이 망명 불허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최근 발동했다.
또 망명신청이나 국제적 보호가 거부된 이민자·난민들을 수용하는 센터를 이탈리아 20개 지역에 세워 추방절차를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유럽에서 가장 포용적인 이민·난민 정책을 펼쳐왔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 정부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독일 정부는 작년 말 베를린 트럭 질주 테러를 저지르고 사살된 튀니지 출신 아니스 암리가 망명 신청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불법체류자 추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가 불법 이민자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위치추적용 전자팔찌를 부착시키는 정책을 승인한 후 불과 몇 시간 후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 남성들이 뮌헨 공항에서 본국 송환 비행기를 타고 대거 추방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런 추방 사태가 독일에서 처음은 아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이민자와 난민에게 강경해진 유럽 국가들의 태도를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유럽 내 이민자 추방 움직임에 물꼬를 튼 헝가리는 이런 변화를 크게 반기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2015년 9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국경 지대에 난민 유입을 막는 장벽을 설치했다가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계기로 이민자들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태도가 바뀌자 오르반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이민자에 대한 미국의 관점이 변화하면서 다른 국가들이 헝가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며 환영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 단체들은 유럽 정부가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전쟁이나 박해를 피해온 이민자들을 가혹하게 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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