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집주인 "아이 울음소리 뒤 부부 말없이 사라져"
아이 살해 부부 세 들어 살던 집주인, 3년전 또렷이 기억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두 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26)씨가 3년전 범행 당시 세 들어 살았던 빌라의 집주인(65·여)은 A씨를 정확히 기억했다.
젊은 사람들이 너무 가난하고 힘들게 어린아이를 키우는 모습에 이들 부부에 대한 그의 기억은 또렷했다.
A씨 가족이 이 빌라로 이사 온 시기는 2014년 초가을께다.
두 살배기 자녀와 함께 이사 온 이들 부부는 변변한 살림살이 없이 쌀쌀한 날씨에도 담요 하나만 덮어 아이를 키웠다.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인사성 바르고 성실한 인상이었다.
아내는 아이 엄마치고는 젊고, 지나치게 체형이 말랐다.
A씨 부부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긴 집주인은 이불이나 김치를 주기도 했고 먹을 것이라도 사 먹으라며 아내에게 용돈을 주며 도왔다.
그러던 중 A씨가 집주인을 다급하게 찾아와 보증금 50만원을 빼달라고 부탁했다.
갓난아이가 태어나 급히 돈이 필요했다는 A씨의 간곡한 부탁에 집주인은 보증금을 돌려줬다.
A씨는 사정이 더 어려워졌는지 그 이후로 매달 월세 32만원을 4∼5달간 밀려 내지 못하다가 2015년 가을쯤 아무런 말도 없이 집을 비우고 떠났다.
집주인은 A씨 부부가 집을 비운 사실을 한 달여가 지난 후에야 알아챘다.
살림살이도 대부분 놓아둔 채 집을 비워, 집주인은 A씨 부부가 집값을 내지 못해 떠났다고 보고 떼인 월세를 받을 생각도 접었다.
A씨 부부의 아이들을 어쩌다 보기도 했지만 이들에게 멍 자국이나 폭행 등의 흔적을 본 적은 없었다고 집주인은 전했다.
다만 이들 부부가 집을 비우기 얼마 전 집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세차게 흘러나왔다고 기억했다.
A씨가 집을 떠난 뒤인 2015년께 말부터 경찰이 A씨를 찾아 수차례 빌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무면허 교통사고를 냈는데 행방을 찾고 있다고 집주인에게 말했다.
집주인은 A씨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A씨의 과거 사연을 얘기하기도 했다.
"A씨가 착하고 성실한 성격이나, 어린 시절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여의고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도움을 받지 못해 홀로 살아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집주인은 "착하디착한 사람들로 알고 있었는데 어찌 그런 일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대리기사 일을 가끔 하며 지내던 A씨는 2014년 11월 27일 훈육한다며 두살배기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아내는 아들이 숨진 날을 매년 기일로 챙겼으나, 처벌받을까 봐 두려워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 부부에게는 모두 4명의 아이가 있었고, 살해당한 아이는 두번째 아들이다.
나머지 3명의 아이 중 2명은 현재 아동보호시설에서 보호 중이며, 막내아들은 태어나자마자 보내진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다.
구속된 A씨는 현재 "아내가 아들을 죽였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아내는 "남편이 홀로 아들을 죽여 유기했다"고 반대 진술을 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A씨가 시신이 발견된 장소를 정확히 지목하지 않고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경찰은 두 살 아이의 유기된 시신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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