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정부가 세금 너무 많이 걷혀도 고민하는 까닭은
마이너스금리 부작용…예금계좌 대신 납세계좌에 현금 예치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 스웨덴 정부가 세금이 많이 걷힌 바람에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스웨덴 정부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50억 스웨덴 크로나(미화 95억 달러, 한화 10조8천억원)의 예산 흑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약 400억 스웨덴 크로나가 과다 세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 세수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2년 전에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빚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다.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기업과 개인들이 의도적으로 납세 계좌에 현금을 예치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세법에서는 실제 세액을 초과하는 납세 계좌의 예금에 대해 최소 연율 0.56%의 이자를 적용하도록 돼 있어 기업이나 개인이 이를 은행계좌처럼 활용하는 상황이다.
스웨덴 정부는 국민이 강요한 "비자발적 차입"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시중 금리로 차입했을 경우보다 8억 스웨덴 크로나를 더 부담해야 할 형편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측은 이를 피할 대책으로 실제 세액을 초과하는 예금에 대한 이자를 없애버린 상태지만 재무당국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로 금리라도 기업들로서는 이미 마이너스권에 있는 시중 금리보다는 매력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SEB의 올레 홀름그렌 수석 전략가는 예상치 못한 과다 세수가 스웨덴 정부에게는 상당한 골칫거리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돈이 납세 계좌에 얼마나 오래 남아 있을지를 모른다는 것은 이 돈이 인출될 때 다른 곳에서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예산과 차입 과정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초래된 셈"이라고 말했다.
홀름그렌 전략가는 SEB의 법인 고객들이 무이자에도 불구하고 납세 계좌에 세액을 초과하는 돈을 예치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주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더 낮출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 과다 세수가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스위스 정부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스위스 국민이 현금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비용이 발생하자 조기 납세에 의한 혜택을 받는 쪽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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