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브로커 대응 쉬워진다…중국 상표심사 표준 개정
특허청 "중국 내 우리 기업 상표 선점 건수 1천개 넘어"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의류업체 I사는 자사 제품이 중국인 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자 중국 진출을 준비하다 현지인이 자사의 주력상표를 선점한 사실을 알게 됐다.
법률적 대응도 검토했지만, 승산이 없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5만 위안(900만원)을 들여 상표를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23일 특허청에 따르면 중국에서 선점당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기업 상표가 지난해 말까지 1천개를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선점당한 자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법률적 대응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이 상표 브로커의 악의적인 상표 선점 행위에 대한 무효 판단 기준을 '상표심사 및 심리표준'에 새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기존 심리표준에도 타인이 중국 내에서 이미 사용하고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상표를 불법이익을 목적으로 선점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 사용권자를 보호해 주는 조항이 있었지만, 우리 기업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중국 상표 당국이 공개한 심리표준은 출원인이 대량의 상표에 대한 권리를 획득한 후 실제로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할 준비도 없으며, 적극적으로 상표매입을 권유하고 고액의 양도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 등은 사용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무효를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상표법 전문가는 "상표 브로커의 대량 선점은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번 개정으로 우리 기업이 상표 브로커에 대응할 근거가 확보됐다"며 "중국 상표 당국이 상표 브로커의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을 통해 자사 상표를 선점당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무효심판, 이의신청, 불사용 취소심판 등의 법률대응과 대체상표 출원, 양도양수 협상 전략 등을 제공하는 'K-브랜드 보호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올해도 150개 내외의 기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해외에서의 상표 무단 선점으로 인한 피해신고와 대응상담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해외협력팀(☎ 02-2183-5896)을 이용하면 되고, K-브랜드 보호 컨설팅 지원 문의는 분쟁예방팀(☎ 02-2183-5876)으로 하면 된다.
ye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