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자르고 전속력으로' 얼음장 바다서 선원 7명 구한 선장
진도 어선 화재 '전원구조' 김국관 선장 "바다 종사자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입장 바꿔서 만약 우리 배에 그런 일이 생겼다면 다른 배도 똑같이 도왔을 거에요. 바다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처럼 했을 겁니다."
어선 화재로 얼음장 같은 겨울 바닷속에 뛰어들어야 했던 선원 7명이 인근 어선의 신속한 도움으로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해경의 구조 협조 요청을 받자마자 그물을 자르고 현장에 달려간 김국관(47) 707현진호 선장은 22일 "날도 추웠지만 강풍과 파도 때문에 선원들이 멀리 쓸려갈까 봐 무조건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전날 오전 12박 13일 일정으로 목포에서 출항한 현진호는 한차례 투망 작업을 끝낸 뒤 22일 오전 1시 40분께부터 다시 그물을 치고 있었다.
12명의 선원이 합심해 넓게 그물을 치고 물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김 선장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목포해경 상황실입니다. 지금 240도 방향, 2마일 거리에 불이 난 선박이 보이십니까?"
저 멀리 조업 중인 어선들의 연노랑빛 조명들 사이로 붉은 점처럼 보이는 이상한 불빛을 발견한 김 선장은 긴급 상황임을 직감하고 선원들에게 빨리 그물을 칼로 자르라고 지시했다.
풍랑예비특보와 강풍특보가 내려져 파도가 2∼3m 높이까지 일던 상황이었지만 김 선장은 전속력으로 사고 해역을 향했다.
점처럼 보이던 불빛이 점차 가까워졌고 출발한 지 10분도 채 안 돼 불길에 휩싸인 K호에 접근할 수 있었다.
다행히 선원들은 불이 난 선박에 밧줄을 길게 묶어 연결한 부이를 잡고 물 위에 떠 있었다.
김 선장과 현진호 선원들은 바다에 빠진 K호 선원들을 한 명씩 뱃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구조 과정에서 김 선장은 5차례에 걸쳐 목포해경 상황실과 통화하며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필요한 조처를 했다.
7명을 모두 구조했다는 5번째 통화가 끝난 시각은 오전 3시 40분께.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30분, K호 선원들이 바다로 탈출한 지 25분 만이었다.
김 선장은 저체온증에 대비해 선경호 선원들이 챙겨온 옷과 양말을 모두 꺼내 물속에서 구조된 이들에게 갈아입혔다.
김 선장과 선경호 선원들은 구조 활동 이후 기상이 악화해 현재 가거도에서 피항 중이다.
해경은 구조 직후 김 선장에게 감사장을 수여하려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활약이 상세히 파악되면서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표창장 전달식은 선경호의 귀항 일정을 고려해 다음달 6일 서해해양경비본부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 선장은 2004년에도 전남 신안군 소흑산도 남쪽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 선원들을 구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장은 "다행히 K호 선원들이 배 주위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아 빨리 구조할 수 있었다. 조업 못 한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해경 함정에 선원들을 인계하고 그물을 되찾아 피항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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