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지시 적은 안종범 업무수첩…콕 찍어 '이대'
아프리카 지원사업 '코리아에이드' 구상…'특별관계' 의구심
이대 "과거에도 개발도상국 의료봉사 활발히 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전명훈 기자 =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의 학사 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이화여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정황이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에서 발견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로부터 넘겨받은 안 전 수석 업무 수첩의 작년 1월 12일 기록에는 정부의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관한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 적혔다.
이는 그해 5월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계기로 시작된 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로 구체화한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코리아에이드는 최씨가 출범에 깊숙이 관여한 미르재단이 참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고 올해 예산이 대폭 깎였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 '의료 지원', '문화', '음식'의 3개 항목을 적었는데 의료 지원 항목 바로 옆에는 '이대 의대'라고 써놨다.
박 대통령이 코리아에이드 의료사업을 이대 의대에 맡기라고 지시했을 개연성을 추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코리아에이드 의료사업에는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과 함께 이대목동병원이 참가했다.
이들 기관에 속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27명은 박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아프리카에 파견돼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코리아에이드 의료사업을 주관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은 의료진 1인당 약 300만원의 교통비와 숙식비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대목동병원의 참가를 특혜로 보기는 어렵지만,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4개월여 앞두고 이대를 콕 찍어 언급한 것으로 미뤄 양측의 특별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이대 총장은 정유라씨에게 학사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혐의로 특검에 구속된 최경희(55) 전 총장이었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측은 청와대와 이대의 관계를 둘러싼 여러 의혹과 사업 참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도 개발도상국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활발히 해왔기 때문에 코리아에이드에도 참가한 것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