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사건'으로 김정은 ICC회부?…열쇠는 중국이
北·말레이 모두 ICC 비당사국…前재판관 "관할권 모호"
안보리에선 중·러 동의 난망…악화한 대북 국제여론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수 있을지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선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이번 사안의 성격상 ICC가 관할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권오곤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ICC 관할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며 "인도에 반(反)하는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거기에 더해 ICC에 특정인사를 회부하려면 관할권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가해자의 국적)과 말레이시아(사건 발생 장소) 모두 ICC 당사국이 아니다.
ICC의 토대가 되는 로마규정은 ICC 관할권 요건으로 ▲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 범죄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야를 이번 사건을 포함한 김정은 정권의 자국민 대상 각종 침해 행위와 범죄로 넓힌다면 길이 없지 않아 보인다.
로마규정은 사건 발생 장소, 범죄혐의자 국적 등이 ICC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해당 사건을 ICC에 회부하도록 결정하면 ICC가 나설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중국과 러시아다. 안보리가 나서려면 5대 상임이사국 중 반대가 없어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벽을 넘기 어렵다. 특히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의 동아시아 역학구도상 선선히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
이미 유엔은 총회 결의를 통해 안보리가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중국 등 일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진전이 가로막힌 상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이번 사건은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성향을 그대로 들춰냄으로써 장래에 있을 수 있는 ICC 회부에 동력을 제공하고, 단죄에 필요한 자료를 축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에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한편 인권 유린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이 작년까지 3년 연속으로 포함되고, 가장 최근에 나온 작년의 북한인권결의에는 "리더십(leadership)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에 의해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표현이 담겼다. 이는 인권 유린 책임의 맨 꼭대기에 김정은이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김정은이 처벌 대상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여겨졌다.
북한인권결의에 반영된 국제여론은 이번 김정남 사건을 통해 더욱 고조될 것이고, 그것은 언젠가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을 자주 비호해온 두 안보리 상임이사국에도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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