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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뚜' 문창용 감독 "수상보다 관객의 공감이 더 기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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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뚜' 문창용 감독 "수상보다 관객의 공감이 더 기뻤죠"

동자승과 노스승의 8년간의 아름다운 동행 담아내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사실은 상을 받은 것보다 관객들이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주고 공감하고 호응해준 것이 더 큰 기쁨이었죠. 제가 느끼지 못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읽고 얘기해주는 것이 놀랍고 행복했죠."

다큐멘터리 영화 '앙뚜'로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그랑프리를 거머쥔 문창용(47) 감독의 말은 단순한 겸양이 아니었다.

문 감독은 작품을 만드는 8년 동안 고집스레 자신을 밀어붙였지만, 정작 자신이 그리는 이야기가 세상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문 감독은 21일 귀국 직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지만 이름조차 생소한 인도 라다크의 린포체와 스승의 사랑 이야기가 베를린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900석의 관람석을 가득 채운 첫날 상영에서 그의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96분의 짧지 않은 상영시간 동안 남녀노소 관객들은 앙뚜의 귀여운 표정과 작은 몸짓 하나에 울고 웃으며 영화에 빠져들었고 엔딩크레딧이 흐르는 2분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앙뚜'는 이번 베를린영화제에서 총 4회 상영됐는데 매진 행진이 이어졌다.


'앙뚜'는 동자승과 노스승의 8년에 걸친 아름다운 동행을 그렸다.

평범한 동자승 앙뚜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의사인 의승(醫僧) 우르갼의 제자로 스승의 뒤를 이을 예정이었다. 그러다 여섯 살에 환생한 티베트 불가의 고승을 뜻하는 '린포체'(고귀한 스승)로 인정받으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한동안 추앙받는 듯했던 앙뚜는 하나의 사원에 린포체가 둘일 수 없다는 이유로 라다크의 사원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스승과 단둘이 힘겹고 외로운 삶을 살아가다 자신의 전생의 무대였던 티베트를 향한 여행을 시작한다.

"살다 보면 외롭고 부대끼고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 의심에 빠지게 될 때가 많죠.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때론 엄하지만, 맹목적으로 제 편이 돼 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삶이 더 행복해지고 덜 슬퍼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앙뚜와 스승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그런 간절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문 감독은 앙뚜가 스승의 사랑을 알아가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사랑과 보살핌을 주는 걸 표현하는 건 쉽지만, 그 반대는 쉽지가 않죠. 어리고 개구쟁이인 앙뚜가 스승의 소중함을 느끼고 깨달아가는 부분을 말이 아닌 영상으로 잡아내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18년 경력의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PD인 문 감독은 2009년 EBS 의학 다큐멘터리 촬영차 해발 3천500m의 라다크를 찾았다 앙뚜, 우르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들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관계에 한눈에 반한 문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기 위해 돈이 모일 때마다 매년 두세 차례 라다크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한 촬영이 2016년 2월 마지막 신을 찍을 때까지 7년간 이어졌고 편집 등 후반 작업에 1년이 더 소요됐다. 그동안 7~8명의 스태프가 작업에 참여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2013년부터 함께 해온 후배 전진 감독이다.


총 제작비는 인건비를 빼고 3억7천만원. 이 가운데 절반 정도를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콘텐츠진흥재단 등 외부에서 지원받았지만 작업은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모두가 지쳤고 촬영 과정은 비참하고 힘들었죠. 라다크의 민가에 머물며 못 먹고, 못 씻고, 걸어 다니면서 촬영을 했습니다."

베를린 관객들을 울린 '앙뚜'의 빛나는 감동은 이처럼 깊은 절망과 시련의 심연에서 길어 올려졌다. 국내 관객들은 올 9월 '앙뚜'를 만나볼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문 감독은 2년 전부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인도네시아의 한 마을에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언제 작업이 끝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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