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산정체계 10년만에 개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국제 원유 시장의 주도적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기준 가격 산정 방식을 놓고 업계에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브렌트유의 실물 기준 가격을 정하는 기관인 S&P 글로벌 플래츠가 가격 산정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츠는 지난 16일 북해 트롤 유전의 생산분을 내년 1월부터 가격 산정 대상에 추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플래츠는 현재 브렌트와 포티스, 오세버그, 에코피스크 등 4개 유전에서 생산하는 경질 원유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당초에는 브렌트 유전의 생산분만 취급했지만 공급량이 줄어든 탓에 보완책으로 주변 광구의 유전들을 포함시켜 이른바 BFOE로 불리우는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다.
바스켓의 개편은 10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플래츠는 정확한 시장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플래츠는 브렌트유의 공급이 향후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플래츠가 BFOE의 수급 상황을 반영해 발행하는 '브렌트 일물(인도 일자가 정해진 물품) 가격'은 국제원유 시장에서 이뤄지는 실물 계약의 약 3분의 2가 참고로 삼을 뿐만 아니라 원유 선물과 옵션, 기타 파생금융상품에도 영향을 미치는 벤치마크의 역할을 한다.
플래츠의 제안은 이번주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석유주간 연례회의에서는 뜨거운 논쟁 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래츠의 기준 가격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츠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런던에 모이는 석유 거래업자들은 많은 돈이 걸려 있는 문제인 만큼 플래츠에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정부가 석유수출 규제를 풀면서 서부텍사스원유가 갈수록 국제 석유시장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시기여서 자칫 잘못되면 브렌트유의 벤치마크 지위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플래츠의 의도가 관철되면 트롤 유전의 생산분 20만t이 바스켓에 추가되며 트롤 유전을 운영하는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이 취급 물량 기준으로 로열 더치 셸을 제치고 선두로 부상하는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토일이 노르웨이 최대 규모의 몽스타드 정유공장에 트롤 유전의 원유를 대량 공급하고 있어 수급의 균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플래츠는 북해산 원유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대비해 장기 대책으로 서아프리카와 아제르바이잔에서 생산되는 동질 원유도 가격 산정 대상에 포함하는 급진적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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