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방황한다고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되돌아보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문학의 길을 걷겠다며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잡지사를 다니다가 반 년도 안 돼 퇴사할 때 그들은 '왜?'라고 물었다. 불법체류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뉴욕으로 떠나자 '꼭 그래야만 하는가'라고 질문했고 인도의 명상센터로 향했을 땐 '차라리 뉴욕에 있을 것이지'라며 혀를 찼다.
시인 류시화(59)는 구도자 혹은 방랑자의 삶을 산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경로를 골라 택하며 여행과 명상·독서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펴낸 산문집 '새는 날아가면서 되돌아보지 않는다'(더숲)에서 시인은 "방황한다고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떠도는 사람이자 길 위의 사람, 즉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다.
시인에게 삶은 자신이 가야 할 길의 선택이다. 지금 걷는 길이 좋은 길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까. 시인은 '이 길이 마음에 담겨 있는가'라고 스스로 물어보라고 말한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과 나란히 걷는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에서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 51편을 엮은 산문집은 여행·독서체험에서 터득한 잠언 성격의 문장들로 가득하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며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고 "신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인도의 명상센터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호수로 떠나라고 끊임없이 부추기는 시인도 처음 인도에 갔을 때는 실망했다고 한다. 상인들은 바가지를 씌우고 명상센터는 입장료부터 챙겼다. 며칠 만에 인도의 신비를 마음에 담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여행자는 그곳의 혼에 다가가지 못했기에 실망한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길을 잃더라도 떠나고, 실망하더라도 사랑하라고 시인은 말한다. 여행과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얻겠다는 신념이 거의 종교에 가깝다. 시인은 "여기 모은 산문들은 내가 묻고 삶이 답해 준 것들"이라며 "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 글이 위로나 힘이 되진 않겠지만, 나는 다만 길 위에서 당신과 함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서문에 썼다. 28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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