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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야생적 환율감각 갖춘 전설"…환율 절묘한 시점에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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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야생적 환율감각 갖춘 전설"…환율 절묘한 시점에 M&A

스프린트 인수 때 '2조원 이상 환차익'… 매각때도 조단위 매각익 챙길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3, 4위 이동통신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 간 합병설 보도를 계기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의 절묘한 투자시기 판단이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프린트사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T-모바일의 대주주인 도이치텔레콤에 경영권을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후 소프트뱅크그룹 주식은 20일 오전 도쿄증시에서 거래액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양사는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나 보도가 나간 뒤 T-모바일 주식은 5.5%, 스프린트 주식은 3.3% 각각 급등했다.




"혹시 손 사장이 외환딜러였다면 그는 아마 '전설'이 됐을 것"이라는 일본 대형 증권사 외환 담당자의 찬탄은 경영자로서의 손 사장의 투자 시기 선택을 주시하는 일본 재계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손 사장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결정이 엔화 환율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손 사장의 과거 큼직한 해외기업 M&A 사례들을 돌아보면 시장의 이런 평가에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큼직한 M&A를 발표할 떼 마다 환율변동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2013년에 M&A절차를 마무리한 스프린트 인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했지만 이 거래에서 2천억엔(약 2조266억 원) 이상의 환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흐름에 편승, 손쉽게 떼돈을 번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인수계획을 발표한 시기는 2012년 여름이다. 당시는 엔화가 달러당 78엔대로 역사적으로도 '초강세'를 보이던 시기다. 그러나 그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들어서면서 통화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아베노믹스를 추진하자 엔화는 급격히 약세로 돌아섰다.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 인수를 완료한 2013년 7월의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1엔까지 떨어졌다.

놀라운 것은 소프트뱅크가 미국 규제 당국이 인수합병을 승인하기 전에 미리 환율계약을 마쳤다는 사실이다. 계약 당시의 환율은 달러당 82엔, 이후 큰 폭의 엔화약세가 이뤄졌기 때문에 1천억엔(약 1조 원) 단위의 환차익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스프린트 인수 자체가 외환시장을 움직였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일 거라는 시장참가자들의 예상도 작용해 엔화 약세를 부채질하는 결과가 됐다. 아베노믹스에 의한 엔화약세라는 순풍에 더해 소프트뱅크 자신이 엔화약세를 끌어낸 셈이다.

외환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손 사장에게는 야생적인 감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돌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작년 여름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는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로 파운드화가 엔화에 대해 큰 폭으로 내리던 시기였다. 소프트뱅크는 "결과적으로 인수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결과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손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장참여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 나아가 경영권 양도까지 이뤄질 경우 소프트뱅크와 손 사장의 득실은 어떨까.

스프린트의 경영실적은 현재 양호한 상태다. 작년 4·4분기 영업손익은 약 13억 달러(약 1조4천억 원)의 흑자다. 비용절감과 네트워크 개선이 주효해 전년 동기대비 이익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했던 2013년 동기에는 약 19억 달러(약 2조 1천억 원)의 적자였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미국 증시의 활황도 겹쳐 스프린트의 주가는 작년 이후 회복추세다. 여기에 달러당 113엔 전후인 엔화 환율도 인수 당시에 비해 크게 내렸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병한 후에도 소프트뱅크가 합병회사의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일정 지분을 남겨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되면 소프트뱅크는 1천억엔(약 1조 원) 단위의 매각차익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

매각할 경우 2012년 인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당시와는 반대로 엔화강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답은 '노'다. "이번에는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미쓰비시(三菱)UFJ모건스탠리 증권 우에다 다이스케 외환담당)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뱅크가 한층 커진 글로벌전략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작년에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홀딩스를 인수한 것을 비롯, 사우디아라비아 정부펀드와 최대 10조엔(약 100조 원) 규모의 펀드 설립계획도 발표했다. "스프린트를 매각해 거액의 달러화를 손에 쥐었다고 해도 그대로 해외투자자금으로 활용할 거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미즈호증권 스즈키 겐고)는 것이다. 해외투자에 쓸 돈을 구태여 엔화로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여기에는 일본기업의 글로벌 전략변화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기업을 인수할 때 자금이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번 자금을 다시 해외에 투자하는 "밖에서 밖으로"형의 투저패턴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도요타자동차도 해외 자회사 등의 자금을 일원화해 세계 규모에서 효율적으로 쓰는 자금관리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이 외국에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져올 때 "외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패턴으로 인해 엔화 환율이 움직이는 요인의 하나가 되던 과거의 "상식'은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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