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력 대선주자 마크롱 연일 '구설'…"정체성 모호하다" 뭇매
알제리 식민통치 비판했다 우파 공격 자초…동성결혼 비판에는 좌파진영 반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좌우를 넘어선 '제3지대'를 표방한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 에마뉘엘 마크롱(39)이 연일 설화(舌禍)에 휩싸이고 있다.
정체성에 알맹이가 없고 겉치레만 화려한 모호한 화법으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를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말했다가 라이벌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자 주말 유세에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18일 프랑스 남동부 툴롱을 찾아 "여러분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그분들(알제리의 프랑스인들)을 언짢게 하고 상처를 입혀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면서 "그분들의 삶과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앞서 14∼15일 이틀간 알제리를 방문한 마크롱은 인터뷰에서 알제리에서의 프랑스의 행동은 "정말로 야만적이었으며 사죄해야 하는 과거의 일부"라면서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132년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8년간의 독립전쟁 끝에 1962년 국민투표를 거쳐 해방됐다. 프랑스는 독립전쟁 때 프랑스에 저항하던 알제리인들을 투옥하고 고문·학살한 역사가 있다.
이 발언으로 우파와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마크롱이 툴롱을 찾은 것은 이곳이 알제리의 프랑스 출신 이민자들이 독립전쟁을 피해 집단 이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청중들에게 독립전쟁에서 프랑스 편에 가담해 싸운 뒤 나중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알제리군들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제의하는 등 논란을 잠재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극우성향인 국민전선(FN) 지지자들은 마크롱의 유세장 밖에 모여 "반역자"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마크롱 지지자들의 유세장 출입을 막기도 했다.
마크롱의 알제리 발언이 우파와 보수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면, 동성결혼에 대한 발언은 좌파진영의 공세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르누벨옵세르바퇴르지와 인터뷰에서 "이번 정권의 근본적 실수 중 하나는 (동성결혼에 대해) 유감을 가진 상당수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며 "동성결혼 허용이 이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마크롱이 경제장관으로 재직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2013년 5월 가톨릭 등 보수층과 우파진영의 반발에도 동성결혼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집권 사회당 대선캠프 책임자 마티유 아노탱은 "마크롱의 가면이 벗겨졌다. 그에게 혹했던 좌파 지지자들은 그가 우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크롱은 비록 르펜을 누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는 있지만,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진 것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좌우로 갈린 프랑스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는 '제3지대'를 표방한 그 대신 기존 투표성향대로 공화당이나 사회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그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 측이 아직 구체적인 대선 공약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집권 이후의 구체적인 청사진보다는 모호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마크롱 캠프가 '좌우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과거와의 화해와 미래로의 전진' 등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하며 겉멋만 부린 수사로 화를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마크롱의 지지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주간지 렉스프레스와 인터뷰에서 "과거와의 화해라는 것은 그에게는 하나의 집착이다. 좌우를 넘어서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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