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작년 수상한 자금 25억 원 적발해 동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교황청이 지난 해 돈 세탁 의혹이 있는 수상한 자금 200만여 유로를 적발해 동결했다.
교황청 검찰 고위 관계자인 잔 피에트로 밀라노는 18일 교황청 형사사법 제도와 관련한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발표했다. 그는 2013∼2016년 동결된 자금이 총 1천300만 유로에 달하고, 작년에 동결된 액수는 약 210만 유로(25억7천만원)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금 동결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래 더 큰 권한을 갖게 된 교황청 금융감독 기구인 금융정보청(AIF)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AIF는 오랫동안 돈 세탁 등의 부당 거래 의혹을 받아온 교황청 은행인 종교사업기구(IOR)를 감독하고, 금융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퇴위한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2010년 설치한 기구다.
밀라노는 또 작년에 적발된 미심쩍은 금융 거래와 관련해 2건이 기소되고, 3건은 기각됐으며, 또 다른 17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황청은 (불법 금융거래와 관련한) 감독, 보고, 조사, 기소 등에 있어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국제 표준과의 간극을 좁혔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와의 수사 공조도 향상됐으나 여전히 많은 행정적 지연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청은 1942년 교황청의 종교·자선 활동에 쓰일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교황청 은행 IOR이 돈세탁 등 불법 금융활동을 해온 혐의로 이탈리아의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는 등 최근 몇 년 새 신뢰도가 크게 추락하자 개혁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IOR을 개혁의 주요 대상으로 삼아 IOR을 감독하는 추기경들에 대한 전격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고, IOR의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재정 투명성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의회의 돈세탁과 테러 자금 감시 기구인 '머니발'(MONEYVAL)은 2015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교황청이 은행과 재정 부문 개혁에 큰 진전을 거두긴 했으나 지금까지 어떤 금융 범죄도 법정에서 단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교황청은 기소와 고발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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