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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잇단 주권침해 행보에 '뿔난' 말레이, 대북 '공세'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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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잇단 주권침해 행보에 '뿔난' 말레이, 대북 '공세'로 전환

북한의 막무가내 시신 부검반대·인도요구에 맞선 선택인듯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김정남 피살사건 발생 초기 수사 등 과정에서 북한에 대체로 우호적이던 말레이시아의 태도가 확연하게 바뀌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의 태도 변화는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와 부검 등에서 두드러진다.

사건 발생 초기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사가 종료되면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인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지난 13일 "어떤 외국 정부라도 요청하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밟아야 할 절차가 있지만, 우리의 정책은 어떤 외국 국가와도 양자 관계를 존중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통상적인 외국인의 변사 처리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사망한 외국인에 대해 대상국과 합동으로 부검을 실시해 사망확인을 하고, 유족의 뜻을 받들어 처리토록 상대국에 시신인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김정남 피살사건은 우선 독극물 테러 사망이라는 의구심이 컸고, 김정남이 북한 국적이지만 사실상 탈북해 유족의 신변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주권국가로서 사건 진실규명과 함께 인권존중을 우선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시신 부검을 진행하려 했으나, 북한은 막무가내로 부검 반대 및 시신인도를 요청해 이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했다. 그런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에선, 김정남 사건이 단순한 심장마비 돌연사가 아닌 독극물 테러 사건일 수 있다고 보고 부검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나서도 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시신 인도를 요구하자 말레이시아는 그 이전의 '신중모드'에서 '공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7일 김씨 시신을 인도받으려면 유족의 DNA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은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신을 인도하기 전에 시신이 누구에게 속한 지를 면밀하게 따지겠다는 뜻이지만, 김정남의 가족이 사실상 북한의 통제권 밖에 있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에 시신을 인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강철 북한 대사가 같은 날 한밤중에 돌발 기자회견을 열어 말레이시아가 부당한 세력들과 손잡고 고의로 시신 인도를 늦추고 있다고 맹비난하자, 말레이시아의 입장이 더 단호해졌다.

탄 스리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18일 김정남 가족의 DNA가 확보되지 않는 한 조사가 종결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 측에 "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또 언론에 대한 정보 접근 제한 측면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초기에 말레이 당국은 관련 기관에 김정남 사건에 관한 함구령을 내리고 언론에 대한 정보도 필요한 선에서만 제공했다.

이 때문에 수사진행 상황은 공식 채널을 통해 발표되는 수사속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피해자 북한 국적의 용의자 검거 소식과 김정남 시신에 대한 2차 부검 계획 등 수사 진행 상황은 물론 김정남의 피습 직후 사진까지도 개별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런 말레이시아 정부의 태도 변화는 북한의 '막가파'식 행동에 맞서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로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주권침해를 방관한다는 안팎의 비난을 의식했을 수 있다.

북한의 인권탄압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며 압박하는 한국·미국·일본 등의 따가운 시선 역시 말레이시아로선 부담스럽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내부에선 김정남이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졌기 때문에 북한의 허락 없이는 부검할 수도 없으며, 시신 인도 요구에 조건 없이 응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미 부검 강행과 '법대로' 처리라는 주권 수호의 길을 택한 말레이시아는 그에 반대하는 북한과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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