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고장 거창 이장·주민 '공립연극고 설립' 운동
위천면 이장자율회 중심…도교육청 "검토 단계, 자세한 내용 못 밝혀"
(거창=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가까운 곳에 있던 중학교 2곳이 잇따라 문을 닫은 뒤 지역 교육기반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극인프라를 살려 공립연극고등학교가 들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19일 공립연극고를 추진하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 이장자율회 정양순(67) 회장의 목소리에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이장자율회는 위천면 19개 마을 이장 19명으로 구성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지역 내 중학교가 없어진 뒤 이장 전원과 주민 모두가 공립연극고등학교 유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공립연극고가 들어서면 위천면 수승대에서 해마다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와 연계해 교육 인프라를 갖출 수 있고 관광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하면 지역 인구 늘리기에 도움을 주는 데다 학부모와 관련 기관 관계자 방문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지난해 3월 위천면에 거창 덕유중학교가 문을 열면서 위천중학교와 마리중학교 등 2곳이 폐교됐다.
거점 기숙형 학교인 덕유중학교는 농촌 지역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려고 2개 중학교를 통·폐합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 안에 있던 이들 중학교 2곳이 활용되지 않은 채 덩그러니 방치되자 이장들이 마을 발전에 기여하도록 활용하자는데 마음을 모았다.
이장들은 활용방안을 찾다가 도교육청의 연극고등학교 설립 계획을 전해 듣고 지난해 10월 10일 연극고등학교 유치 찬성 성명을 냈다.
마을 이장들은 "위천면은 대한민국 최대 야외연극제인 거창국제연극제를 28년째 열어 온 연극의 고장이고, 4개 연극단체가 활동하고 있어 연극고 입지로 최적이다"란 의견을 냈다.
도교육청은 옛 위천중학교에 공립연극고등학교 설립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학년 당 2개 반(반 당 학생 15명)이며 총 6개 반 90명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도의회에 공유재산 취득·용도 변경 등 관리계획을 올려 승인받는 등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9년 3월 개교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은 연극고 설립 첫 단계로 지난 17일 위천초등학교 강당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장들은 "위천면 주민 100%가 연극고 설립에 찬성하고 있다"라며 "관련 절차를 추진해 하루빨리 연극고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도교육청 김상열 장학사는 "도교육청은 옛 위천중학교에 연극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도의회 승인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라며 "아직은 검토단계여서 연극고 설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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