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웅 IOC 위원 "김정남 피살사건, 답할 위치 아냐"
조선총련 환대 속에 동계아시안게임 선수단 이끌고 입국
(삿포로=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장웅(79)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17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을 거쳐 삿포로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북한 선수단은 전날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을 거쳐 삿포로에 도착했다.
베이징에서 주중 일본대사관 측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은 북한 선수단은 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결전지에 입성했다.
북한 선수단이 이날 입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취재진이 입국 1시간 전부터 입국장에 장사진을 쳤다.
일반인 입국장을 통해 들어온 장웅 위원과 북한 선수단은 조선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의 환대 속에 입국장을 걸어 나왔다.
조선총련 관계자는 장웅 위원에게 별 수정 모양의 목걸이를 목에 걸어줬다. 장웅 위원도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도열해 박수를 치는 조선총련 관계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답례했다.
입국장이 워낙 혼란스러워 잘 들리지는 않았으나 '총련 홋카이도 본부', '삿포로지부 위원장' 등의 직함이 소개됐다.
장웅 위원은 마중 나온 한 사람과 반갑게 악수하며 "도쿄에 있어야지? 나 보러 왔습니까?"라고 반갑게 웃었다.
장웅 위원은 입국 소감을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평생 이런 일을 하다 보니 특별한 소감은 없다"면서 눈으로 덮인 바깥 경치를 바라보면 "눈이 많이 왔습니다"고 한마디 했다.
그에게 최근 김정남 피살사건에 대해 질문을 하자 조선총련 관계자가 갑자기 나타나 거칠게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장웅 위원은 뒤로 밀려난 연합뉴스 기자에게 "어디서 앞느냐"고 물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서 왔다고 하자 손짓을 하며 앞으로 불렀다.
그는 신경질적인 반응 대신 "나는 IOC 위원의 자격으로 여기에 왔다. 스포츠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장웅 위원과 북한 선수단은 조선총련이 입국장 내에 마련한 환영 리셉션에 잠시 참석했다.
이들이 리셉션을 마치고 나오자 리셉션장 반대편에 있던 조선총련 관계자들이 다시 한 번 인공기를 흔들며 선전을 기원했다.
장웅 위원과 북한 선수단은 조선총련 관계자들과 다시 한 번 악수하고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양복 상의 가슴 부위에 '총련' 배지를 단 한 인사는 소속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총련에서 나왔다"면서 "80명 정도가 마중 나왔다"고 소개했다.
선수들도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으나 사전에 철저한 함구령을 지시받았는지 하나같이 말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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