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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1년간 한국서 의료봉사 호주선교사 "한국은 제2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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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1년간 한국서 의료봉사 호주선교사 "한국은 제2의 고향"

바버라 마틴, 1964~1995년 부산서 활동…한국 발전 옆에서 목격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31년의 한국생활 중 의사와 간호사들을 임상적으로 가르쳐 준 일이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1964년부터 1995년까지 강산이 3번이나 바뀔 동안 머나먼 한국 땅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한 호주 선교사 바버라 마틴(83ㆍ한국명 민보은)은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겪은 격변기 한국생활을 소개했다.






바버라는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호주선교사들의 과거 한국 의료활동 모습과 한국 선교사들의 현재 캄보디아 의료봉사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전 '하트 투 하트'(Heart to Heart) 개막식에 맞춰 멜버른에서 시드니를 방문했다.

한국말에 능숙한 바버라는 "약 20년 전 떠나온 뒤 최근까지 5차례가량 다녀오는 등 한국은 '제2의 고향'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 됐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한국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멜버른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바버라에게

호주의 한 교회가 한국행을 타진해 온 것이다. 당시 부산 일신부인병원(현 일신기독병원)에서 활동 중인 호주 의사가 안식년을 가게 돼 1년 정도 대리 의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31살의 한창나이에 한국행을 결정한 바버라는 생활 여건은 열악하고 말도 통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한국인들의 넉넉한 인심에 빠져버렸다. 덩달아 애초 예정한 한국 체류는 1년에서 30년이나 더 늘어났다.

바버라는 50여년 전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한 여성의 모습을 잊지 않고 있다.

"머리에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 등에는 아기를 업고, 한 손에는 아이 손을 붙잡고 있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냐고 생각했다."

치료와 함께 의사와 간호사를 임상적으로 훈련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바버라는 1970년 초반 한 산모를 치료한 일을 보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뱃속의 쌍둥이가 몸이 붙어 있었는데 아이가 잘 나오지 않았고 수술 끝에 산모를 살렸지만, 쌍둥이는 숨졌다. 1~2년 후 그 산모가 다시 임신했고 아이를 다시 낳았다"라고 그는 소개했다.






바버라가 있는 동안 한국에도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바버라는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서울-부산 간 기차가 하루에 3차례만 있었고 소요시간은 약 8시간이었으나 내가 떠나올 때는 이것이 5시간으로 줄고, 최근에는 15~20분 운행간격에 소요시간도 약 3시간 걸린다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했으며 정치적 자유도 크게 신장됐다.

바버라는 "이같은 한국의 변화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도 확고했기 때문"이라며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바버라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도착 첫해 가을에 찾은 설악산을 꼽으면서 "나무들의 다양한 색깔, 장엄한 바위 정상들, 깨끗한 계곡 물이 여전히 선하다. 2년 전 겨울에도 설악산을 찾았다"라고 밝혔다.

뜻밖의 인연으로 31살부터 62살까지 인생의 황금기를 한국에서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한국이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일하는 재미가 있었고, 가르쳐 주면 그것이 이어지는 것을 봤고, 한국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며 "호주에만 있었던 것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됐고,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바버라는 1985년 대한적십자사 박애상을 받았고 1993년에는 부산 명예시민이 됐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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